노래를 듣다보면 자기정체성에 관련된 노래들이 참 많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지금 난 어디로 흘러가는가, 아니면 난 소년인가 아저씨인가?
뭐 대충 저런 주제들로 가사를 채워낸 노래들 말이다.
나도 20대초반을 지나 중반을 넘길때까지 그런 노래들을 많이 들었었다.
공감하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노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감을 하며 들었고,
노래를 들으면서 고민도 많이 했었던것 같다.
뭐 공감하지 않는 노래는 금방 잊어버리기때문에 대부분을 공감하는듯.
그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래들 가운데에서 내가 손으로 꼽을수 있는 노래들은 지금 생각나는 3곡 정도.
더콰이엇과 팔로알토가 함께한 '상자속 젊음'이라는 노래랑 키비와 진트횽아가 함께한 '소년을 위로해줘'
그리고 지금 적어내려가려는 디기리횽아의 '아이에서 어른으로'.
언급한 세곡 모두 엄지손가락으로 어류겐을 하고싶을만큼 대박이지만 나중에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한 곡만.
내가 디기리를 알게된건 허니패밀리가 나왔을 당시.
그 당시엔 난 '토종힙합 빠큐, 양키힙합 따봉!'하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힙합들으면서
우리나라 힙합을 무조건 구리다면서 욕하고 있었는데,
그땐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아마 괜한 후까시였을듯) 한국힙합이라면 질색을하고 하나도 안듣다가
어느 한 앨범을 듣고나서 한국힙합을 듣게 되었다.
디기리는 내가 싫어하던 한국힙합에서 좀 인지도 있던 허니패밀리의 멤버중의 한명으로만 알고 있었다.
나중에는 '리쌈트리오' 라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었고..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씨디를 지르고나보니 괜찮다 싶은 리쌍의 1집에 디기리횽아가 피쳐링.
(솔직히 리쌍 1집 Yes OK 듣고는 더블케이에게 완전 꽂혔었음)
관심 조금 갖다가 에픽1집 히든트랙에 캐간지verse를 듣고 앨범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음!
큰 기대는 안하고 있다가 앨범이 발매되었고, 주머니 사정이 괜찮았었는지 들어보지도 않고 질러버렸다.

힙플에 뜬 주석과의 콜라보 곡인 'This is Diss'만으로도 충분한 기대치가 있긴 했었다.
막상 까보니 주석과의 곡은 생각보다는 까는게 약해서 약간 아쉬웠고,
트랙리스트엔 'zero영역의 배틀'이라는 곡이 대박으로 소개되었지만 들었을때는 별로였다는.
(앨범사고 포스터도 받았었는데 둘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네 ㅠ)
어찌되었든 앨범을 샀으니 그앨범을 왠만하면 꾸준히 듣고 있었는데 귀에 박히는 노래가 있었으니..
바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라는 곡.
앨범사고 얼마 안되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져 암것도 기억이 안난다.
졸라 열받아서 씩씩거리다가 그래도 그 곡은 갖고 싶어서 그 곡만 싸이월드에서 샀던 기억이..
따지면 만원 넘게주고 산겨 샹 ㅠ
뭐 나중에는 어찌 어찌 구해서 듣게 되긴 했지만. 허허
앨범 잃어버리면 짜증나는게 앨범 부클릿이 졸라게 아까운거다 ㅠ
참여진같은것도 자세히 나와 있고, 가사도 안찾아봐도 되고.. 나에게 돌아와줘 이놈들아..

암튼 이 노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읽어보면
'늘 아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순간 내가 어른으로 커버린 걸 깨닫고,
과연 내가 어른인지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며 정체성 상실에 머리아파한다는 내용.'
이라고 되어있다.
저런 내용으로 공감하기 위해선 가사에 그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야할텐데 디기리횽아는 나의 공감을 완전 끄집어 냈다.
중요한건 그 공감되는 가사속에 매끄럽게 담겨지는 라임들과 디기리횽아의 엇박과 정박을 넘나드는 랩핑.
비트관련된건 잘 모르겠는데 고뇌하는 디기리횽아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니 비트도 합격!
후덜덜.
따라하래도 못해.
정말 캐공감 가사와 비트, 그리고 캐쩌는 랩이 어우러져서 캐대박 곡을 완성해냈다.
아, 자꾸 자꾸 들어도 좋다.
고뇌하는 20대초중반에 듣기 따봉인것 같다.
물론 나처럼 철없는 사람에게도 필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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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
디기리 - 아이에서 어른으로
intro)
Ladies and gentlemen 나는 말합니다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말하려는 것은
verse1)
시간이 벌써 흘려 어느덧 난 어른이 됐어 어리던 날의
시작이 불완전한 채 끝나고 내 차례야 날 불러 남들의
시각이 편견의 안경을 꼈네. 그래, 어쨌든 간에
신분증 숫자는 벌써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넘었고,
놀던 곳은 어이가 없게 변했고
처음으로 다시 가고싶어 어릴 적으로
내맘속의 태앵은 점점 저물어
모르겠어 내 맘속의 나이는 벌써 멈췄어.
난 아직도 어른이란 게 실감이 안나
지금은 시간이 잘가 내일은 내 친구의 결혼식이야
친구야 잘가 언제부터였던가
내가 형이라고 부르는 이들보다
날 형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전보다 더 많아졌어.
망가졌어. 이미 내맘속의 장난감은
어울리게 않게 다시. 하늘은 맑아졌어
hook)X2
지금의 모습이 내 예전의
어린 내 눈 속에 비칠 땐,
그땐 어른으로 느꼈었겠지
하지만 실은 그때와 똑같지
verse2)
나이가 차 어른이란 참
머리가 아퍼 공기가 차
거리는 춥고 어린 꿈들은 죽고,
거니는 거리는 더욱더 춥고,
내가 만났던 여자는 다 중고
마치 너처럼. 줄곧 누군가 썼던 것처럼
싸구려 계집한테 더 이상 상처입지는 않아
바꾸려 하지만 버릇이 쉽게 바뀌질 않아
어느 순간부터 쓸데없는 걱정이
늘어난 삶의 겁쟁이 어리다는 핑계는 내겐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어 그래 예전에 내팽긴 채
버린 것들이 다시 왜
후회가 돼 나에게 오는데 전부터
전부다 모든 것들이 지겨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지만 일방통행
불법이 불가능해 그게 바로 시간여행
아이에서 어른으로 그 숨이 막히는 진행
너무도, 짧은 소설과도 같은 아쉬운 여행 아마도...
hook)
verse3)
상황이 바뀌었어 이곳을 가리켰어
내가 뿌리를 내릴 장소로 이미 난 다 컸어
토양은 거칠고 차가워 자란 모양은 뒤틀려
이런 기형은 모두가 갖고 있는 정신의 불협음
두려움 그 근원은 낮선 외로움
아직도 내 기억 속엔 어제 같은 졸업식
그래서 난 아직도 철없이
사고치는 아이 같지 단지 나이같이
행동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건지
못된 짓은 항상 즐겁지 그건 마치 몰래 피는 담배 같지
때론 어른이란 건
놀기보다 할 일이 더 많다는 것 단지 얻게 되는 건
모든 영화와 장소가 합법적인것.
이제는 진짜와 가짜가 보여!
문제는 치사한 수법이 계속 늘어!
확률적인 건 지금 이곳에서
어떤 이는 꿈을 이뤘고, 대부분은 꿈을 잃었어
hook)
가사출처 - 힙합플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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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뮤직비디오 ㅎ
에이~ 뮤직비됴는 별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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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앨범 발매하고나서 안좋은 일때문에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서로 Diss만 졸라게 하다가 접었다는 슬픈 사연이. ㅠ
그 후에는 내가 인상깊게 들은건 디오횽님 앨범에 피쳐링해준 곡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형편없었음. (ㅡ..ㅡ)
그래도 난 디기리횽아의 2집을 와방 기대중!
덧글
아무튼, 가사는 꽤 괜찮은 것 같네요. 솔직히 20세면 나이만 성인이지 생각은 결코 성인이라 할 수가 없는 것이죠. 세상을 알아가면서 더더욱 그러하단 걸 깨닫게 되고요. 저도 30이 되기 전에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만 쉽게 안 되겠죠. 어른이란 건 그리 쉽게 되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그나저나 진짜 더블케이의 음색은 타의 추종을 불허ㅋㅋ
사람해요 // 리듬 갖고 노는 랩들어보면 정말 마법사라고 할만하네요. 더블케이 2집도 캐기대중!!
에라이 // 엄청 희망적이고 잘될거라는식의 노래는 저도 별로 안듣게 됩니다. 듣다보면 노래 마지막에 잠깐 그런 메세지를 전달하는 경우엔 듣긴하지만서도..ㅎ 이상하신거 아니라 취향이죠. ^^
저도 완전힙합.. 진짜 열심히 들었었는데. 뉴 클래식은 그에 비하면 별로 들었다고 하기엔 좀 그렇네요. 에구.... 걍 대인의 미쿡 앨범이 언제 나올지만 기다립니다. 흐흐흐. 어찌됐건 전 D.O의 프로듀싱을 사랑하닉하~
(디기리 포스팅에 산으로 가는 답변....-.- 훗... 무릎팍 쵝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