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27일
전경 시절 이야기 한 토막
나는야 전경출신.
102보 -> 육군 훈련소 -> 경찰학교 -> 전경대.
충청도에서 전경대 생활을 했었는데 지리적 특성때문인지
여기저기 안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시위를 막으러 자주 다녔었다.
대학생 시위, 철거민 시위, 부도 사업장 근로자 시위, 농민 시위등등.
시위를 막으러 가게 되면 대기만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가끔 시위대들이 격하게 들이대면 장비를 갖춰서 시위대와 직접 맞닿기도 했다.
내가 경험했던 그 많던 시위 중에서..
그냥..
오늘 갑자기 생각나는 시위가 있어 아갈질을 좀 하려 한다.

먼저 까지 말라능
때는 짬 좆도 안되는 일경시절.
라디오가 되어버린 TV를 등지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관물대를 바라보며
다 잡혀있는 관물대의 각을 다시 한번 체킹하고 있던 중.
'우와아아아아아앙~'
싸이렌이 울렸다.
고참들이 소리쳤다.
"아 ㅅㅂ 상황(시위) ㅅㅂ"
"ㅅㅂ 갑자기 뭥미?"
"습숑키들아, 각 그만 잡고 기동복입고 1분 내로 닭장차로 쳐 텨와!!"
난 재빨리 탈의하고 기동복을 대충 걸친 상태로 워커 꺾어신고 절뚝거리면서 닭장차로 ㄱㄱㄱㄱ.
내가 알기로는 시위 막으러 가게 되면 하루 전 쯤
본부소대로 공문(?)이 도착하고
미리 시위에 대해서 어느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시위를 막으러 나가는데
갑작스런 이건..
도대체 뭥미?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닭장차 안에서는 시위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중간급 고참들의 개갈굼이 시작되고
그 개갈굼을 들으면서 눈알돌리지 말고 운전석 위에 있는 시계만 쳐봐야하는 안습상황 ㅠ
갑자기, 무전기 들고 있는 대원(전령)이 소리쳤다.
"오늘 상황 졸라게 빡세답니다~ 진압복 하이바 착용하시고 장비(방패 or 봉) 챙기십시요~"
'아 ㅅㅂ.. ㅠㅠ'
바싹 긴장.
시위 현장에 도착하니 드럼통에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머리에 빨간 띠를 맨 시위대들이 방패를 들고 있는 전경들을 향해서
각종 스킬(날라차기, 침뱉기, 쪼인트 까기)을 시전하고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했던 다른 중대원들은 시위대에게 발려서 그런지 새빨개진 얼굴로 GG 치기 직전 상태.
우리 중대는 미리 와있던 중대가 시달리고 시달리다가 삐져서 빠질 때까지 뒤에서 대기.
다행히 시위대는 더이상 발끈하지 않고 소강상태.
멀리서 들리는 시위대들의 흥겨운 음악소리가 그들이 완전 해산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
날이 어두워졌고 우리 중대는 다시 닭장차로 들어가 다음 날까지 대기.
시위대가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교대로 경계근무를 서며 비몽사몽 아침을 맞이했다.
근무서면서 들어보니 회사가 부도처리 해놓고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뭐.. 그런 내용.
뭐 자세한 상황은 갈굼 받느라고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노동부 몰래 빡세게 시위하려고 했는데 걸린 듯.
암튼,
내 근무가 끝나고 닭장차에서 눈 좀 붙이려고 하자 갑자기 가까워져 오는 쿵짝 비트.
고참급 전령이 갑자기 소리쳤다.
"장비들고 다 내려!!"
'아 ㅅㅂ ㅠㅠ'
방패조였던 나는 왼손에 방패를 걸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달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했다.
방패조가 앞에 서고 봉조가 뒤에 서서 2인1조로 하여 횡대로 쭈욱 서서 길목을 막았고,
뒤에는 다른 소대원들이 겹겹으로 서서 시위대 길목을 막았다.
대열정비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가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시위대들이 풍악을 울리며 다가왔다.
와~ 많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곳을 우리가 막고 있으니 그들은 행진을 멈출 수 밖에.
행진을 멈추게 되자 시위대가 웅성웅성 거렸다.
갑자기 똑똑해보이는 한 여자가 앞으로 나오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투쟁~ 투쟁~ 단결 투쟁~!
안녕하십니까!! 저는 OOOO지부 OO OOO입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 잠깐 여기서 쉬었다가 갑시다!!
지금 우리의 정의를 향한 발걸음 앞에 개좆같은 씨발 병신 짭새들이 우리를 막고 있습니다!!"
시위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위대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 몇 명이 앞으로 나왔다.
그 시위대원은 쇠파이프를 들고 우리를 향해 몇 번 악살을 줬다.
그리고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우린 움찔 움찔하며 전령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우선 대기.
다시 한번 그 똑똑해 보이는 여자가 소리쳤다.
"동지 여러분!!
저 병신 짭새들은 불이익 당한 국민을 저지하고 언제라도 우리에게 폭력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준 세금이 부메랑이 되어 저 씨발같은 짭새들을 통해 우리에게 폭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난 황당했다.
가만히 서 있는데 누가 폭력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것임?
하지만, 시위대들은 흥분했다.
후미쪽에 있는 시위대들은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그녀의 연설에 동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았다.
시위대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녀는 우리 앞(내 옆옆)에서 방패를 툭툭 걷어차며 욕설과 함께 앞에서 계속 깐죽거렸다.
"이 새끼들은 전경일 것입니다.
이 병신새끼들은 나라를 지키라고 군대 보내놨더니 선량한 시민을 방패로 찍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좆달고 있으면서 저처럼 연약한 여성을 언제든지 공격하려고 하고 있는
저 위협적이고 병신같은 눈깔을 보고 있으니
면상에 침이라도 갈겨주고 싶습니다!!"
난 속으로
'와, ㅅㅂ 이렇게 욕 잘하고 싸가지 없게 말하는 여자는 태어나서 처음 봄'
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우리 중대 방패조 중 우리 소대 후임의 방패 위를 잡더니
있는 힘을 다해 방패를 잡아 당기며 싸가지없는 열변을 계속해서 토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이 씨발 좆같은 짭새 새끼들의 무기를 우리 힘으로 사수하고
이 짭새 새끼들을 뚫고 나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쟁취합시다!!!!"
시위대들의 함성 속에서 우리 중대 전령이 소리쳤다.
"장비사수해!!"
방패조였던 그 후임녀석은 방패를 빼앗기면 안된다는 생각에 방패를 흔들며 손을 털어냈고
뒤에 있던 봉조는 그녀가 방패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뒤에서 그녀의 손을 방패로 부터 떼어냈다.
방패로부터 그녀의 손을 털어내는 과정 중 그녀가 갑자기 소리쳤다.
"끼야아아아아아악!!"
순간 조용.
"여러분!! 이 개같은 전경새끼가 선량한 시민에게, 그리고 저처럼 연약한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였습니다.
(약간 울먹거리며)저는 손가락이 부러진 것 같지만 괜찮습니다!!
이새끼들은 이미 폭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있는 것 같습니다!!
시위대 여러분 우리, 싸워서 쟁취합시다!!!!!! 투쟁!!!!!"
순간, 시위대는 극도의 흥분상태로 돌변.
그 앞장 섰던 여자는
아까 그 방패조였던 후임의 머리통을 부러졌다는 손으로 두,세대 정도 후려 갈긴다음
어디론가 사라졌고,
앞에서 악살 주던 시위대들이 쇠파이프로 방패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방패로 쇠파이프를 밀어내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거리고 한박자 쉰 후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풀스윙하며 우리의 방패를 두들겼다.
쇠파이프가 없는 시위대는 날라차기와 bodycheck 스킬을 장착하고
무섭게 덤벼들었다.
시위대들의 북소리와 꽹가리 소리가 더욱 커졌다.
전령이 소리쳤다
"뚫리면 안된다!! 뚫리면 부대가서 뒤질줄 알아!!!!!!!!!!!!!!!!!!"
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난장판이다.
화풀이 하듯, 그리고 실실 쪼개면서 달려드는 시위대를 보니
욕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야이 씹새끼들아!! 적당히 좀 해라, 씨발새끼들아!!'
라고 외쳤다간 시위대를 더 자극하게 되니 닥치고 있어야한다는 갈굼을 항시 받았으므로
어금니 꽉 물고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하며
정신없이 버티기 30분.
존나게 흥분했다가 사정해버리고 수그러드는 곧휴처럼
시위대들도 지쳤는지 발차기 횟수가 줄어들었다.
아까 그 여자가 다시 등장해 마이크를 잡았다.
손가락이 부러졌다기에 병원 간 줄 알았는데
그 부러졌다는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고 다시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저 개같은 폭력경찰 때문에 소중한 우리 동지들이 부상을 많이 입었습니다!!
여기서 저 좆같은 경찰새끼들을 박살내고 앞으로 전진하고 싶지만
각종 폭력장비를 가지고 있는 저새끼들에게 맨손으로 저항하기엔 우리의 힘은 너무나 미약합니다.
개 블라 씨발 블라 좆같은 블라 ~
오늘은 이쯤에서 해산하고 O월 O일 OOO에서 다시 모여
우리의 굳건하고 강철같은 의지를 재확인 시켜줍시다!!
투쟁가(?)를 마지막으로 부르고 해산하겠습니다!
동지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투쟁 투쟁 단결~ 투쟁!!"
그들은 노래를 부르고 다함께 박수를 친 다음 슬렁슬렁 해산했다.
시위대가 해산 한 후 30분 정도 지났을까?
전령이 힘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다치신 분 계십니까?"
"야~ 이새끼 피난다!"
피를 질질 흘리고 있던 대원은 시위대와 대치중이라서
중간에 빠지지 못해 진압복과 기동복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야기 들어보니 시위대 날라차기를 방패로 막았는데
발차기가 워낙 높아서 방패 위쪽이 자기쪽으로 기울면서 입술에 부딪혀 아랫 입술을 터뜨린 것.
우리는 그 대원을 제외하고 부상없이 시위를 막았다.
그 길목에서 조금 더 대기했다가 닭장차 안에서 밤까지 대기 후 부대로 복귀하였다.
부대에 돌아온 난
우선 살아서 돌아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고,
대책없이 선동질 했던 그 여자에 대해서 의아함을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시위대에게 얻어터지고 오는 시위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부대 내에서라도 덜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So Hot
뭔지도 모르고 억지로 끌려와
위에서 시키는대로 자리잡고 서있다가
시위대에게 존나게 쳐맞으면서 찍소리도 못하고
지쳐버린 심신을 이끌고 부대로 복귀해도
싸잡혀 욕먹는
전.의경들 힘내라는 의미로

현지타임
그리고
# by | 2008/05/27 19:44 | 잡담 | 트랙백 | 덧글(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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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갈때 전의경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죄없는 전경의경 욕하는 사람들보면 ㅉㅉㅉ 소리밖에 안나와요.
물론 전경중 (군대라는 곳이 어중이떠중이 다 모아논 곳이라 성질 더러운 놈들도 더러 있죠.) 개념없는 행동을 하는 인간들이 있겠지만 싸잡하서 욕하는 건 문제가 있죠..
꼭 그 몇몇 개념없는 인간들이 문제죠. 시위대나.. 전의경들이나요..
전 수많은 시위현장에 나가봤지만 강경진압을 지시받은 적도 없고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시위대를 방패로 찍고, 한 명 붙잡아서 다구리 까고 그런건 절대 이해 못하겠어요.
아, 아쉬운 게 있다면 이글루스에서는 너무 한쪽 면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만히 있는데도 개욕먹고 귀싸대기 맞고 발차기 당하는 전의경 분명히 있거든요. 쩝.
비공개님의 관련 포스팅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만 ㅎ
수고는요.. 반사입니다!! ^^
어느정도 좀 진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
혼란스러울땐 현지타임~? ㅎㅎ
전경들 싸잡아서 욕하면 안되죠 당연히.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신분인데...;;;
부안에서 몸빵하던 후배 녀석을 보고 전/의경 욕하는건 그만 두었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아무튼 윗대가리 십라 ㅠ
아무튼 윗대가리 십라 ㅠ
x같은 윗대가리들 때문에 언제나 개고생인거 국민들이 다 알죠
광화문 시위 두번정도 갔는데 이 새벽에 쟤들이 뭔 고생인가 싶더라구요. 각자 나온 의미는 있겠지만 쟤들은 끌려나온건데 허허허 잠이나 좀 자고 나오는지...
무엇보다 모자 휘어쓰고 뒷짐진 애들은 별로 안쓰럽지 않은데
각잡고 차렷자세하고 있다가 고참 담배꽁초 받아주는 애들은 좀... ㅠㅠ
지금은 그렇게 충돌이 없다고 해서 다행이에요. 경찰도 그렇게 강하게 진압하려고 하지 않고
집회 참여한 사람들도 '비폭력'을 외칠 정도니까요..
저도 고참들 담배꽁초 걷었었죠. 제가 있던 부대는 중간급들이 꽁초를 걷었는데 짬 안되면 담배도 피우지 못했어요. 꽁초를 걷는 짬 이상이 되어야 담배를 피웠습니다 ㅠ
방송을 통해서 집회에 참여한 분들이 '비폭력'을 외치는 장면을 저도 봤습니다. 아아, 가슴이 뭉클했어요 ㅠ
http://karelian.egloos.com/1751836
원래 빡신데 있다가 일경때였나...사고당하고 한달간 병원있다가 제주도 발령났었다던데...
맨날 '나는 군생활 1년도 안했음' 이라고 하는 친구...orz
2012년이라던가, 그땐 차출전경제도를 없앤다는 얘길 들은 거 같은데, 그리 돼야 정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