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14일
나의 하루
알람 소리에 일어난다.
'아, 30분만 더 잤으면 좋겠다..'
더 자고 싶지만.. 출근해야지.
일어나 창문을 열고 이불을 갠다.
침대가 있으면 좋겠지만, 좁은 방안에 침대까지 들어오게 되면 공간이 너무 협소해진다.
이불 개면서 발생한 먼지들이 조금이라도 나갈 거라는 생각에 창문을 열어놓고,
샤워를 하기 위해서 보일러 온수 버튼을 누른다.
곧 화징실로 들어간다.
거울 속에 나를 본다.
얼굴에는 개기름이 좔좔 흐른다.
옆으로 자서 그런지 여기저기로 뻗쳐있는 내 꼬라지가 좀 웃기다.
한숨을 한번 내쉬고, 칫솔걸이에 걸려있는 칫솔을 뽑아 치약을 밑부터 짜낸다.
밑부터 짜내야 야무지게 사용할 수 있다.
양치질하면서 거울을 본다.
수염이 많이 자랐다.
어젯밤에 분명히 면도를 했는데..
중,고딩 시절에는 거뭇거뭇한 수염이 자라면 간지의 중심에 서 있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냥 지저분해 보일 뿐이다.
어제 면도를 했으니 오늘은 건너뛴다.
입 안을 행구고 뜨거운 물을 틀어놓는다.
세면대에 뜨거운 물이 차오른다.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검지손가락을 갖다대며 사무라이 볏집 베 듯 두어번 스쳐본다.
따숩다.
옷을 벗는다.
아흥~♥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문 밖으로 물이 세어나올까 샤워커튼을 친다.
머리부터 물을 적신다.
비누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어낸다.
샤워타올에 바디클린저를 바르고 거품을 만든다.
구석구석 문지른다.
아흥~♥
물로 거품을 다 씻어내고 샴푸로 머리를 다시 한번 감는다.
샴푸를 말끔히 씻어낸 다음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 머리부터 닦는다.
목, 어깨, 팔, 가슴, 등, 다리를 대충 닦은 다음,
샤워커튼을 걷고 수건으로 곧휴를 가리고 화장실을 나온다.
수건이 짧아서 그런지 엉덩이는 훤히 드러나 보인다.
왼손으로 수건을 고정시키고 창문을 닫는다.
수건을 빨래통에 던져놓고 수납장에서 속옷을 꺼내어 입는다.
몇 장 없는 트렁크 팬티.
트렁크를 입으면 정력에 좋다는 말에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트렁크를 입고 있지만,
과연 트렁크 팬티가 정말 정력에 좋은지는 모르겠다.
팬티만 입은 채로 휴대전화의 스피커 폰 기능을 활용하여 조그마한 방을 힙합음악으로 채운다.
여전히 팬티만 입은 채로 회사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른다.
옷이 없다.
그래서 고르기 쉽다.
그렇게 고른 옷을 개어 놓은 이불 위에 던져놓고 그 위에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얹는다.
까만색 양말을 고른 후 와이셔츠를 입고 단추를 채운다.
넥타이를 맨다.
줄이 긴 것 같아 풀어낸 다음 다시 맨다.
줄이 짧은 것 같아 풀어낸 다음 다시 맨다.
줄이 긴 것 같아 풀어낼까 하다가 그냥 맨다.
(혹은 줄이 짧은 것 같아 풀어낼까 하다가 그냥 맨다.)
넥타이를 매지 말아볼까? 생각하다가 허전함에 그냥 놔둔다.
바지를 입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벨트를 내려 허리춤에 묶는다.
삐져나온 와이셔츠를 바지속에 집어넣고 벨트를 채운다.
수납장 위에 있는 왁스통을 열어 왼손 가운데 손가락 지골의 2/3마디 정도 왁스를 떼어낸다.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왁스가 묻은 채로 왁스 뚜껑을 닫고, 묻어있는 왁스를 다시 오른손바닥으로 옮긴다.
왁스를 비벼 손바닥 전체로 번지게 하면서 화장실에 있는 거울로 향한다.
슥삭슥삭 헤어 스타일을 만들어 본다.
마음에 안든다.
(혹은 마음에 든다.)
세면대 수도꼭지를 들어 손을 씻는다.
화장실에서 나와 아까 던져놓은 수건에 손을 닦고,
수납장 위에 있는 스프레이를 잡고 흔들며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다.
거울을 보면서 칙 칙 칙 칙 뿌려본다.
마음에 안든다.
(혹은 마음에 든다.)
방바닥에 앉아 아까 꺼내놓은 양말을 신는다.
수납장 위에 있는 지갑을 수트 속주머니에 넣고 열쇠꾸러미는 바지 주머니에 넣는다.
회사 사원증을 목에 건다.
상의를 입고 재생되고 있는 휴대폰에 휴대폰 이어폰을 꼽는다.
소리를 최대로 해놔서 그런지 이어폰 밖으로 비트가 쿵 치 딱 거린다.
소리를 최소로 하고 이어폰을 귀에 꼽은 다음 수납장 앞에 놓여진 가방을 든다.
가방 손잡이 부분이 참 낡았다.
하지만 돈이 없다.
방을 나가려고 하다가 움찔 한다.
괜히 수납장 위에 있는 향수를 움켜쥔다.
칙 칙 칙 칙.
그냥 기분이 좋다.
간이용 신발장에 놓인 구두를 꺼내 신고, 문 밖으로 나와 열쇠로 문을 잠근다.
한번 더 확인한다.
한번 더 확인하지만 허름한 문을 바라보며 좀도둑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열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괜히 씁쓸해 진다.
열쇠를 가방 안에 집어 넣는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온다.
잠깐 마주쳤던 201호 아가씨가 예뻤던 것 같아 계단을 내려오는 도중 혹시라도 마주칠까 설레지만
설레는 순간은 약 1초 정도.
여전히 201호는 열리지 않는다.
어김 없다.
1층에 도착해 늦장부리는 자동문 앞에서 약간 멈칫한다.
왜 이렇게 반응이 느린건지..
터벅터벅 발걸음을 회사로 옮긴다.
횡단보도에 도착하기 전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뛸까, 말까..
그냥 만다.
다음 신호를 기다리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더 집중한다.
신호가 바뀌고 발걸음을 다시 뗀다.
회사에 도착한다.
일한다.
밥먹는다.
일한다.
이어폰을 귀에 꼽는다.
퇴근한다.
(또는 야근한다.)
출근할 때와는 다른 길로 퇴근한다.
횡단보도에 도착하기 전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뛴다.
아슬아슬, 혹은 안전빵으로 횡단보도를 건넌다.
다시 걷는다.
집 앞에 있는 마트를 지나가며 뭔가 살 게 있는지 곰곰히 생각한다.
사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이 복잡하게 떠오르지만 그냥 지나친다.
집 앞에 도착해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른다.
문이 열린다.
건물에 몸을 집어 넣으며 201호 아가씨와 마주치진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201호 문은 닫겨 있다.
어김 없다.
발걸음을 집 앞까지 옮기고 나니 숨이 찬다.
헥헥.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연다.
홀아비 냄새가 콧구멍을 노크한다.
가방을 던져놓고 창문을 열어 환기 시킨다.
후우~ 한숨을 쉰다.
불을 켠다.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건다.
넥타이와 허리띠도 옷걸이에 함께 건다.
와이셔츠와 양말을 벗어 빨래통에 집어 넣는다.
보일러를 켠다.
화장실로 가서 수도꼭지를 온수로 해놓는다.
다시 나와 수납장에서 팬티를 꺼내 화장실로 들어간다.
팬티를 선반에 올려놓고 입고 있던 팬티를 벗어 문을 살짝 열고 빨래통에 팬티를 집어 넣는다.
아침과 같은 방식으로 물의 뜨거움 정도를 가늠한다.
따뜻하면 샤워기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 수도꼭지에 달려있는 마개를 돌려 샤워기로 전환한다.
물이 세어 나올까 샤워커튼을 친다.
샤워기를 들어 머리부터 적신다.
왁스와 스프레이가 떡져서 그런지 물과 잘 섞이지 않는다.
섞일 때까지 헹군다.
섞였다 싶으면 비누로 머리를 감는다.
머리를 감고 나서 샤워기로 온 몸을 적신다.
아흥~♥
온 몸이 젖으면 샤워타올에 바디클린저를 뿌려 거품을 낸다.
구석구석 닦는다.
샤워기를 틀어 손을 대충 씻어낸다.
비누로 손을 씻어낸 다음 얼굴을 닦는다.
물을 틀어 손을 대충 씻어낸 다음 샴푸로 손을 가져가 엄지손가락으로 샴푸 머리를 꾸욱 눌러 손바닥에 담아낸다.
머리에 샴푸질을 한다.
샤워기를 왼손, 오른손으로 바꿔가며 머리를 비롯해 몸에 묻어있는 거품들을 제거한다.
거품이 배수구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괜히 화장실 여기저기 물청소를 한다.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 아침과 같은 순서로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샤워커튼을 걷고 선반위에 놓여있던 팬티를 입고 화장실 밖으로 나온다.
창문을 닫고 수건을 빨래통에 집어 넣는다.
재빨리 보일러를 끈다.
방 구석에 개어 놓은 무릎나온 츄리닝과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는다.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켠다.
켜는 순간 '켜지 말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바탕화면이 뜨면 윈엠프를 켜고 음악을 튼다.
힙플, 리드머, 이현지 팬카페 등 즐겨찾기 해놓은 사이트를 들락날락 한다.
스타를 하려다가 그만둔다.
프리스타일을 하려다가 그만둔다.
데카론을 하려다가 그만둔다.
아프리카에 들어가 실시간 방송을 본다.
드라마가 시작하면 몇 안되는 다큐 프로그램을 찾는다.
다큐 프로그램을 본다.
흥미 있는 주제라서 재미있게 시청한다.
(또는 흥미 없는 주제라서 다시 웹서핑을 시작한다.)
23시쯤이면 그 때쯤 나오는 쇼프로를 본다.
혼자서 킥킥 거리다가 쇼프로가 끝나버리면 뭔가 허~하다.
내일 일어나려면 자야한다는 생각에 괜히 서글퍼진다.
힙플, 리드머를 한번 더 들어갔다가 컴퓨터를 끈다.
이불을 펴기 전 창문을 연다.
이불을 편다.
창문을 닫는다.
눕는다.
잡지를 읽는다.
급 졸린다.
불을 끈다.
눈을 감는다.
잔다.
알람 소리에 일어난다.
......
똑같은 하루의 반복.
금요일 밤과 주말에는 좀 달라지긴 하지만..
여전히 재미없다.
'뭐라도 해야지'라고 생각만 할 뿐.
게으름이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음..
이럴 때 현지가 활동이라도 해준다면 참 좋으련만..

현지야 뭐하니
# by | 2009/04/14 21:25 | 잡담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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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아침에 샤워 안하는거 빼고는 저랑 비슷하시군여 -.-;;
아, 저도 보일러 비용 때문에 샤워를 띄엄 띄엄할까 고민 중입니다..만, 그냥 찬물로 고고싱 해야 할 것 같아요ㅎ (수도세는 관리비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리..)
하면서 봤네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