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들 잡담




여기저기 웹서핑하다가 요즘 내 처지가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불러와 문득 떠오른 것. '자취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돈 때문에 제일 힘들지만.. 돈 말고.



1. 주인집

주인집과의 사이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어느 주인집 아저씨(or 아주머니)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생활에 불편함 여부가 갈린다. 난 다행히도 주인집 아저씨가 적당히 적극적(!)이라서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살면서 불편한 것들이 발생할 경우 바로바로 처리를 해주시기 때문이다. 물론 외지에 계실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그 때에도 미안하다며 도착하면 바로 처리해주겠다며 친절히 말씀해주신다. 예전에는 화장실에 불이 안켜져서 주인집 아저씨에게 전화드렸더니 전구를 가지고 오셔서 교체를 해주시는 수고까지.. 물론, 새 건물에 들어와 살면서 남의 집 화장실을 이용한 경우도 있고 기본 옵션 중 냉장고가 잔고장이 많은 냉장고가 오는 바람에 음식물을 버리게 되어 주인집 아저씨와 삐그덕거리며 이렇게 돈독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긴 하지만. 자취생활을 먼저 경험했던 지인은 주인집 아저씨가 사사건건 간섭하며 사람을 정말 피곤하게 만들었고 정작 필요한 것들은 뒤늦게 처리해줘서 정말 힘들었다고 하더라. 난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만 요즘 전세 재계약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부쩍 쌀쌀해지신 모습이다. ㅎㄷㄷ



2. 옆집

내가 붙임성이 없어서 그런지 자취생활을 하면서 옆집에 인사를 하거나 하지 않았다. 뭐, 새로 이사온 앞집 사람도 인사하거나 하지는 않았으니.. 암튼, 옆집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 이웃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남'이다. 그 '남'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서 자취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 옆집사람이 '남'으로 남아준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남'으로 남아주기에는 각 세대간 너무 부딪히는 것들이 많다. 중국음식 시켜먹고 바로 집 앞에 내놓아 음식 냄새가 복도 전체에 진동하는 경우도 있고 쓰레기를 남의 집 앞에 버젓이 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음.(소음 부분은 내가 할 말이..) 더욱 괴로운 것은 야심한 시간에 옆집에서 스멀스멀 스며들어오는 음식 냄새. 아, 위장 꼴리게 하는 데에는 야식보다 좋은 게 없다.
내가 야동이나 TV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자취를 하게 되면 옆집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었다. 옆집에는 뭔가 어여쁜 이성이 살 것 같은.. 그 이성은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게 되고 그 부탁을 능수능란하게 해결하고 나면 그 이성은 나에 대한 호감도 상승. 나 역시 그 이성이 어여쁘다는 이유로 이성에 대한 호감도 상승. 서로 절친한 사이로 지내다가 우연찮게 술을 함께 한 잔하고 나서 ㄸ... 뭐 이런 것. 하지만 현실은 내가 사는 층 모두 고추밭인 듯 ㅅㅂ.



3. 외로움

이제는 혼자서 사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혼자라서 그런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옛말에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는데, 혼자서 살면 기쁨과 슬픔을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기쁨은 반이 되고 슬픔은 배가 된다. 이러한 기쁨과 슬픔조차도 느끼지 못하며 지낼 때도 있는데 이럴 때마다 가끔씩 밀려오는 외로움은 사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특히 밤에 쓸쓸함이 극에 달한다. 난 이러한 쓸쓸함을 달래기 위하여 방 안에서 나뒹구는 동전을 하나 둘 모아 1,000~2,000원 정도를 만들어 동네 슈퍼로 향한다. 무릎이 까꿍 나온 츄리닝과 머리통이 두 개나 들어갈 정도로 목부분이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색바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슈퍼에 도착한 나는 늘 그랬듯이 '참이슬 오리지널'을 한 병 산다. 꼭 오리지널이어야만 한다. 참이슬 오리지널을 검정봉지에 담아준 슈퍼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동네 곱창집으로 향한다. 곱창 1인분 포장을 부탁한다. 철판 위에서 들들 볶아지는 곱창을 보고 있으면 침을 꼴깍 넘긴다. 곱창 1인분과 소주 한 병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도착한다. 집에 도착해서 예능프로그램을 틀어놓고 곱창과 소주를 번갈아 씹어 삼키며 모두 비워낸다. 배도 부르고 취기도 오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이런 행동들이 어찌보면 엄청나게 찌질한 행동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 인하여 아까의 쓸쓸함은 좀 수그러든다. 흠.. 이러다가 외로움 밀어낸답시고 알콜중독자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 그래도 곱창에 소주 먹고 싶다.




덧글

  • acrobat 2010/06/18 16:10 # 답글

    곱창에 소주 상대가 되어 드릴 수 있습니다 ㅎㅎ
  • 슈3花 2010/06/18 17:00 #

    acrobat // 우왕ㅋ굳ㅋ 감동ㅠ
  • 앙탈 2010/06/18 17:19 # 답글

    ㅠ_ㅠ 외롭당
  • 슈3花 2010/06/26 19:56 #

    앙탈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엉ㄹㅠㅠㅠㄷ머랴ㅣㄴㅇㅍ므ㅑ딞윺뮤ㅠㅠㅠ
  • zoon 2010/06/20 11:34 # 삭제 답글

    곱창에 소주 소환글인가요 ㅎㅎ
  • 슈3花 2010/06/26 19:56 #

    zoon // 어제 곱창에 소주 소환하였습니다. 캬아~ 덥긴 했지만 너무 좋더군요.
  • 사람해요 2010/06/27 16:10 # 답글

    연봉 천만원(중 5할이 학자금 대출비로 빠져나가는)의 제가 사드릴수도 있다능!
  • 슈3花 2010/06/28 21:55 #

    사람해요 // 감동의 곱창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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