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고백 잡담



며칠 전 야근을 하고 있는데 친구로부터 네이트온 쪽지가 도착했다. 내용은 '뭐하냐 시발놈아 연락 좀 해'. 누군지 봤더니 고등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친구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다니면서는 가끔 보기도 했었는데 서로 취직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연락만 할 뿐 얼굴은 자주 보지 못했던 친구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라 나 또한 반갑게 '니는 뭐하냐 시발놈아. 니도 야근하냐?'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 친구는 'ㄴㄴ 나 지금 고향 내려와 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고향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봤다. '고향에는 왜 내려와 있냐?' 내가 묻자 그 친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 회사 그만둘라고.'라고 했다. 아니, 도대체 왜? 나에게 자기가 근무하던 직장에 대하여 찬양하던 녀석이었기에 다시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아, 시발. 이건 정말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사람 성격 다 버린다. 열뻗쳐서 시발... 블라블라블라..' 음.. 하던 일이랑 잘 안맞았나보다. 내가 알기로는 그 녀석이 하던 일이 대외적인 업무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녀석 성격이 워낙 쾌활하고 잘 비비는 스타일이라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게다가 연봉도 빵빵하다며 본의 아니게 날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져들게 했던 녀석이었는데.. 확실히 적성에 안맞는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은가 보다.

적성에 맞는 일이라. 적성에 맞는 일은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뭐 이런 것들이 해당될 것 같다. 세상 사람들 중에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의 적성에 맞는가?

내가 취직자리를 알아볼 때는 적성따위 고려하지 못했다. 취직에 대한 막막함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어떠한 일자리만 주어진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뭐든지 시켜주면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러한 자신감과 의욕이 이력서에는 열정이라는 단어로 축약되어 표현된다. 요즘은 이력서에 열정이라는 단어를 담으면 식상하다고 해서 인사담당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 ㅅㅂ 열정이 열정이지 ㅅㅂ. 나를 채용해주는 회사에게 충성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회사 성장에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불타는 의지도 현실 앞에서는 답이 없다. 캐리어로도 안된다. 결혼하고 애도 낳고 남들처럼 평범하게(이 개같은 '남들처럼'과 '평범하게'가 사람 참 피곤하게 만든다) 살기 위해서는 월급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통장으로 때려박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때려박는 금액조차도 쓴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는 것. 그렇게 남은 돈으로 가스비, 전기세, 관리비 등 공과금 내고, 생활용품 사고, 밥 사먹거나 해먹고, 세탁비 나가고, 경조사 참석하고, 가끔 친구들 만나고.. 하다 보면 급여가 나오기 전에는 아주 힘들어 뒤진다, 뒤져. 완전 거지새끼가 따로 없다. 이렇게 열악한 생활을 하다보면 앞에서 이야기한 열정 따위는 마음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그 친구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그렇게 날름 그만두다니.





그깟~ 열정, 개나 줘버려




글을 싸지르고 나니 UMC/UW횽의 '내 돈 어딨냐'가 생각난다. 가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UMC/UW횽에게 왜 이리도 열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암튼, 난 이미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듯.







UMC/UW 2집 수록곡 '내 돈 어딨냐'

내 돈 어디 갔나 생각해 봅시다
우선은 월급을 적당히 받아오면 거기에서
국민연금 띠어가고, 건강보험료 띠어가고
케이블TV, 인터넷에 정수기 할부 확 띠어가고
전기․수도․가스․관리비 지역난방 띠어가고
종합화재․생명․질병 보험료 띠어가고
소득세 띠어가고, 자동차세로 띠어가고
음반 한 장 낼라 치면은 부가가치세 확 띠어가고
쌀・라면・계란・카레・개밥 정도는 사줘야되고
참치・김치・개샴푸・우유・콘플레이크도 사줘야되고
휴지 사줘야되고, 세제랑 표백제 세트로 사줘야되고
단백질 보충제랑 타먹을 쏘주를 사야되고
버스카드 충전, LPG 충전
한게임 코인 충전, 도토리 충전
돈 써야되는데, 지금 돈없다
나 전화 안받어, 나중에 전화해

그래도 이렇게 없는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여
우선은 그정도 뜯기고 나면, 거기에서
학교 책값 빠지고, 실습비 빠지고
1년에 두번 등록금이 내 척추와 함께 쏙 빠지고
자동차 할부금 빠지고, 자동차 보험료 빠지고
부동액, 엔진․미션에 브레이크 오일값 빠지고
신문대금 빠지고, 병원비 빠지고
체육관․검도장․야오이사이트 월회비 빠지고
토너 값 빠지고, 아님 잉크 값 빠지고
꼬진 CRT가 화면이 안나와 완평 LCD 구매비용 빠지고
샴푸 값, 린스 값, 헤어 트리트먼트 값 빠지고
그게 싫어 반삭 때리면 이발비가 쫙 빠지는데
월급으로는 못메꿔, 판파는 걸로는 더욱 못메꿔
유가환급금 가지고는 절대로 못메꿔
돈써야 되는데, 지금 돈읎다
나 너 안만나, 나중에 전화해

안쓰라고 용써도 난 돈의 노예다
우선은 찢어지게 그렇게나 없는 살림에다
새 악기 한대 사고 싶고, 새 마이크 한대 사고 싶고
랙장 큰 거 꽉 채워가지고서 돈 쳐바른거 자랑하고 싶고
셔츠도 사고 싶고, 티도 사고 싶고
Armani Suit, Victoria's Secret 가터벨트 또한 사고 싶고
아빠 집도 사고 싶고, 엄마 차 역시 사고 싶고
누나들 줄 Fendi, Prada, Celine 클러치백 역시 사고 싶은데
수퍼에 갖다바쳐, 할인점에 2주에 한번 갖다바쳐
파파존스, 도미노피자, 원할머니 보쌈에 갖다바쳐
중국집에 갖다바쳐, 호프집에 갖다바쳐
비오는 날마다 명륜동 막걸리집에 이모님한테 갖다바쳐
인제 대책이 없어, 퇴직금도 요만큼도 없어
자영업을 할까? 비전이 전혀 없어
돈써야 되는데, 지금 돈없다
나 결혼식 안가, 마음은 축하해

내 돈~




덧글

  • acrobat 2010/07/28 14:38 # 답글

    월급쟁이에게 월급은 마약이라고 합디다...
    재미없고 짜증나고 하루에도 때려친다는 생각을 수십번 해도
    월급 받으면 뽕맞은것처럼 다시 또 1달 일하고...

    내 돈~
    ㅠㅠ
  • 슈3花 2010/07/29 09:28 #

    acrobat // 이번 달에도 마약 투여합니다 ㅠ 진리인 듯 ㅠ
  • Amorphous 2010/07/28 14:45 # 답글

    ..칭구말이 떠오르네요..월급은 월급통장에 스치는 것이고 사이버머니라고 ㅋㅋㅋ
    ㅡㅜ 돈돈..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ㅡㅜ
  • 슈3花 2010/07/29 09:29 #

    Amorphous // 월급은 그저 스칠 뿐. 정말 살짝 스치고 바로 이별하네요. 돈.. 그 돈의 출처는 UMC님의 노래에 거의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에효
  • 동굴아저씨 2010/07/28 17:12 # 답글

    그 많던 배추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슈3花 2010/07/29 09:29 #

    동굴아저씨 // 그 많지도 않던 배추는 누가 다 막었을까? ㅠ
  • 앙탈 2010/07/28 19:25 # 답글

    요즘은 근데...먹고사는게 힘들어서...
  • 슈3花 2010/07/29 09:30 #

    앙탈 // 먹고 사는 것이 힘드니까 자꾸 불만만 쌓이네요. 불만제로팀은 나에게 찾아와 내 불만을 제로로 만들어달라 ㅠ
  • 사람해요 2010/07/29 14:47 # 답글

    돈써야 되는데, 지금 돈없다
    나 결혼식 안가, 마음은 축하해

    지난 3~4년간 제 마음가짐이었슴미다ㅋ
  • 슈3花 2010/07/30 00:38 #

    사람해요 // 큰일이네요. 취직해도 달라진 게 별로 없으니 ㅠ
  • lalala_hana 2011/05/26 16:11 # 답글

    한참 유엠씨의 내돈어딨냐를 달팽이관이 달팽이가 될때까지 들었더랬죠 ㅎ 밥상 엎는 고양이 우리집 고양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진짜 깨물어주고 싶네요 오호호호홋
  • 슈3花 2011/05/26 17:45 #

    lalala_hana //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묘한 위로를 받습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양이를 키우고 계시는군요. 고양이 무서워요, 할퀼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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