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피와 똥을 가득 찬.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피와 똥이 범벅이 된.. 자고 일어났는데 그 꿈이 너무도 생생한.. 그래서 내가 혹시 똥을 쌌나? 하며 이불을 걷어 찰 정도로 생생한.. 그런 꿈을 꿨다.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피나 똥으로 가득 찬 꿈을 꾸면 그것은 큰 재물과 연결되거나 굉장한 행운이 있을 것이라고. 내가 꾼 꿈은 피와 똥으로 가득 찬 꿈이었으니 이건 굉장한 길조임에 틀림 없었다.
꿈은 말하는 순간 물거품이 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날 난 이 꿈에 대한 모든 것들을 함구한 채 로또를 사러 갔다. 로또를 사러 가는 길. 이런 적이 종종 있긴 했지만, 횡단보도 앞에 도착하자마자 신호등이 바로 녹색등으로 바뀌는 게 아닌가? 그 날 출근부터 퇴근까지 신호등을 거의 기다리지 않은 것 같다. 퇴근하는 길에 보이는 로또 판매점에 가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동추첨으로 5,000원어치 마킹하여 판매점 주인 아저씨에게 건냈다. 그 아저씨도 나의 영검한 기운을 느꼈는지 아무런 말도 없이 로또 추첨권으로 교환해주었다. 신호등의 연등 현상, 로또 판매점 아저씨와의 묵시적인 눈길 교환.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이 로또 당첨일. 흐트러진 퍼즐 조각이 착착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피와 똥으로 가득 찬 꿈을 꾼.. 당일이 지났다.
로또 당첨일인 다음 날은 친구들과 오랜 만에 모임이 있는 날. 내 삶에 행복을 느끼는 몇 안되는 연중행사라 무조건 참석을 했다. 물론 로또 추첨권을 지갑에 깊숙히 눌러 넣은 채. 레프팅이 계획되어 있었다. 갑자기 고민이 되었다. 레프팅을 하다가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1등이 된다면.. 이 사실을 누구에게 알려야 하지? 미리 알린다면 이건 꿈을 누설하는 행위야.. 그렇다면 소용이 없다구!! 온갖 잡생각이 머리 속에서 복잡하게 엉키고 있었다. 결론은, 살아 남으면 되지.라는 단순명료한 결론.
지금 난 살아있기에 이렇게 포스팅을 할 수 있는 것. 레프팅은 멋진 졀경과 거친 물살과 함께 유쾌하게 마무리 되었다.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술을 한 잔 마시려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로또 당첨시간이 지난 것이 아닌가? 난 갤럭시s2를 샀다며 자랑하는 친구에게 스마트폰을 빌려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도록 잠금해제를 시켜달라고 했다. 녀석은 내가 잠시 후면 얼마나 큰 일확천금을 움켜쥘지도 모른 채 아무런 거리낌없이 스마트폰을 건네주는 게 아닌가? 그래, 너라면 내가 일부를 떼어줄 수 있지. 난 흥겨운 술자리에서 잠시 떠나 구석진 곳으로 가 스마트폰 검색창에 더듬더듬 'ㄹ ㅗ ㄸ ㅗ' 를 입력했다. 그리고 지갑에서 고이 잠들어 있던 로또 당첨권의 봉인을 풀었다.
스마트폰이 보여주고 있는 당첨번호와 내가 가지고 있는 로또 당첨권의 번호를 비교해봤다. 총 5게임을 했으니, A게임에 번호 6개, B게임에 번호 6개, C게임에 번호 6개, D게임에 번호 6개, E게임에 번호 6개. 중복된 번호가 있을테니 정확히 몇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A~E게임까지 맞은 번호는 총 2개. 그것도 한 게임에서 2개가 맞은 게 아니라 C,D게임에서 하나씩 번호가 맞았다.
호.. 혼란스러웠다. 뭐지? 피와 똥꿈은 도대체 뭐였던 거야? 2개.. 피쌍피 똥쌍피.. '쌍'이니까 2? 아니면 피 1, 똥 1, 합쳐서 2?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친구들에게 니들이 확인해보라면서 로또 당첨권을 건넸다. 친구들은 몇 번 보더니 당첨권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더니, '야, 헛짓하지말고 여기 와서 술먹기 윷놀이나 하자!!'라고 하더라.
그날 난 그렇게 뒷통수 맞은 기분으로 윷놀이에 참여했고 상대편이 '개'이상만 나오면 게임이 종료되는 판에 출전, 마지막 기회에 '모'연속 3번과 '빽 도' 한 번을 원샷에 보여주며 윷놀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깟 윷놀이
덧글
1등이요? 진짜 뭐부터 해야 하나..
아, 무심코 한 친구분의 행동이 슈삼화님께는 굉장한 결정을 하게 만들었군요 ㅋㅋ
이래서 사람은 평소에 잘해야함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