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위에 내 나이 위 아래로 걸쳐 있는 사람들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과의 첫인사는 '잘 지내냐?'로 시작해서 '결혼 안하냐?'로 대화를 이은 다음에서야 잡다한 근황을 묻곤 한다. 친구들도 그렇지만 손위인 사람을 비롯한 친척 분들의 '결혼은 언제 할래?'의 질문 공세에 '얼른 해야지요'라는 마음에 없는 똑같은 답변을 계속 하는 것도 이젠 너무 지겹고 익숙하다.
결혼.. 어떻게 생각하면 간단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복잡한.. 난

결혼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한다.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말하는 것인가? 사실혼 관계도 상관없나? 암튼, 부부가 되는 것이 결혼인갑다. 왜 부부가 되려고 할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니면 전략적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또는 상대를 소유하고 싶어서..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불행해지기 위해서 결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인생이 보다 나아지기 위하여 결혼을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인생이 나아질까? 인생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의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조언을 들어보면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그렇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라고 말씀하신다. 후회는 인생을 더 나아지게 하진 않는다. 후회 자체만으로는.
내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아, (마누라와 함께하는) 지옥같은 주말이구나.', '아 이번주는 (마누라가 친정에서 일주일 정도 있겠다고 하네) 너무나 행복해'. 뭐 이런 거. 물론 행복에 겨운 엄살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난 그게 엄살같아 보이지 않는다. 늘 귀가 시간에 쫓기고, 돈에 쪼들리고, 총각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자유로운 모습. 이건 아직 내가 결혼을 위한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인가..
결혼이라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 만나서 평생을 살아갈 것이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나와 배우자 그리고 많은 이들 앞에서 약속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꼭 신중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우리나라의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고 재혼율도 높아지고 있잖아. 그리고 덜컥 임신하고 나서 결혼한 이후에도 행복하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즉,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불분명하고 신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결혼을 위하여 어떠한 준비를 하여야 하는가? 막연하게 생각을 해봤다. 우선 사랑과 배려, 책임감 그리고 돈이 있어야 하겠다.
사랑?
배려? 결혼을 하면 신경써야할 게 너무 많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는데 마누라와 얼마나 부딪힐까? 으으, 매일매일이 전쟁일 것 같다. 신발 벗어놓는 것부터 해서, 방 정리 및 청소하는 것까지.. 그리고 처가. 신경써야 할 것들이 두 배로 늘어난다. 집안 행사가 겹치고,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할 사람들도 늘어나고.. 어느 것이 우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서로 배려하며 맞춰나가야 한다.

책임감?
그리고 돈. 대부분이 그렇듯 결혼을 하려면 결혼식부터 해야 한다. 결혼식은 결혼식장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고.. 시작부터 돈이 깨진다. 집도 마련해야 하고, 살림살이도 장만해야 하고.. 으으.. 한 두 푼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바닷가에서 촛불을 켜놓고 사랑을 맹세한 후에 사글세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악착같이 살다가, 장롱 밑에서 오백 원짜리라도 하나 발견하면 그저 행복하고.. 과연 이런 시작을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그런 아기자기한 모습을 그저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다를 것 같다. 수도, 전기 및 가스요금 등과 같이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비용인 공과금 내는 것 때문에도 신경써야 하고(이건 지금의 내 현실도 그렇..ㅠㅠ), 심지어 큰 지출이라도 생기게 되면 그 지출의 여파가 다달이 이어지는.. 생활은 점점 궁핍해가고.. 아~ 현실은 매우 치열할 것 같다.
내가 지금 당장 결혼을 한다고 해도 신혼생활을 1~2년 정도 갖고, 임신 후 아이를 낳고.. 그렇게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다보면 2세를 볼 때 내 나이는 30대 중반일 것이다. 요즘은 이게 늦은 게 아니라지만 주변에서는 자꾸 결혼을 하니 괜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그런 불안감은 잠시 뿐. 지금의 난 지금 자유로운 이 생활이 너무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돈도 없다. 돈 없는 건 확실하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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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a (feat. Huckleberry P, La`Deep) -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verse1)
평균에 못미치는 키 170.4
몸무게도 심각해 표준
직전까지 갔다 다시 수수깡으로
짧고 굵은 다리 긴 허리 우스꽝스러워
허약한 Type 겨울마다 날 반기는
내 친구들 지긋지긋한 각종 감기들
남들보다 훨씬 구부러진 척추
어릴 때 할머니 말씀 안들은 덕분
배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습관성 위산과다
성격만큼이나 삐뚤어진 덧니
삐뚤어진 턱은 그로 인한 섭리
반찬 가리는 못된 식습관
이런 나에게 그저 익숙하기만한 나
내가 과연 내가
과연 결혼은 할 수 있을까
verse2)
평균에 못미치는 자제력과
원래 타고난 내유외강 나의 건강
이것이 모두 나의 개버릇 소주잔에
있는 술 항시 원샷 Mr. 고주망태
물과 불 안가려 No 물과
술 안가리는 덕에 술상에서는
눈감구 쓰러지는 것이
바로 내 업 누가 채워주지 이런 내 옆
주위에선 항상 말을 해
하지만 나는 왜 알면서 고치질 못하는데
가는 해 잡지도 못하는 채
하루가 멀다 마셔라고 말하는 개
반주하는 못된 식습관
이런 나에게 그저 익숙하기만한 나
내가 과연 내가 과연 결혼은 할 수 있을까
Hook 1)
이젠 아는 형이 결혼 아는 누나가 결혼
심지어는 친한 친구 동생놈이 결혼
팔이나 배 대신에 근육붙은
혀로는 평생 솔로일꺼란 비난섞인 여론 x2
Hook 2)
소주와 맥주에 익숙한
바카디와 데낄라에 익숙한
백세주와 매실주에 익숙한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클럽과 나이트에 익숙한
PC 방과 당구장에 익숙한
전 여자친구에 익숙한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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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2009년에 발매된 콤마(comma)라는 비트메이커의 첫 번째 정규 음반(이 음반 은근히 수작인 듯)에 수록된 곡으로 피노다인(Pinodyne)의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와 음.. 어디 소속인지는 잘 모르는 래딥(La`Deep)이라는 래퍼가 함께한 곡이다.
콤마의 심플한 비트 위에 두 명의 래퍼가 자신의 현실과 행동 등을 반추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을 읊조리는 내용이다. 두 래퍼가 적나라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린 안될 거야, 아마.'라며 익살스럽게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결혼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 나랑 닮아 있다.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덧글
저는 결혼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그 전에는 사실 결혼을 하기 싫다고 생각했었거든요. ㅠ
결혼을 남들 다 하기 때문에 마치 입학하는 것처럼 하고싶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하고싶어도 못하는 처지지만... (아. 어느쪽이 더 슬픈지 모르겠네요 ㅠㅠ)
남들 다 하는 결혼. 정말 그래요. 주변에 제 친구들 요즘 청첩장 뿌리느라고 난리네요 ㅠ
그리고 결혼식장 비용은 결혼 전체에 드는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고 벼룩의 간세포 정도입니다 :D
근데 전 결혼 별로 추천하지 않아요 ㅋ 특히 여자는 손해 백배~
딸기봄님께서는 결혼 안하실 건가보군요. 아니면 이미 하셨는데 후회를? ㅋ 여자고 남자고 짝을 잘못 만나면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혼해서 쪼들린다...도 있을 수 있는데, 그건 이런 거 아닐까요? 결혼 전에는 씀씀이가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고, 또 (씀씀이가 컸기에) 저축해 둔 여유가 없어서, 결혼 시의 비용들(주택 관련 대출금?) 때문에 결혼 후에 더 여유가 없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렇다면 그건 결혼 그 자체보다는 결혼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 아닐까요? ㅎㅎ
제가 쪼들린다고 말씀드린 건 씀씀이가 컸다기 보다는 워낙 들어오는 게 적어서 말입니다. 아흑~ㅠ 이것도 상대적이긴 합니다만. 게다가 서울 집 가격을 확인하니 이건 뭐 답이 없습니다.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사람처럼 살텐데 말이지요. 주머니 사정만 봤을 땐, 말씀대로 결혼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긴 하네요.
저는 아직 혼자서 갖는 자유시간이 더 좋아요. 아시겠지만 살다보면 하고 싶은대로 하기가 참 힘들잖아요. 조그마한 방 안에서 나홀로 자유로우니 참 좋습니다. 아, 이러다가 결국에는 혼자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건 아닐런지요 ㅠ
저도 그렇지만 딱히 외롭지도 않고 지금 생활에 별다른 불만이 없는데
오래 교제했다는 이유만으로 날이 잡히고, 시간만 흘러가는 지금이라..
아, 그런데 날 잡으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우왕ㅋ 부디 행복한 결혼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 축하드려요!
자유롭게 사는 게 즐거운 동안에는 결혼하지 않으시는 게 나아요~ 자유를 뭔가 다른 눈으로 보게 될 때, 슬슬 결혼을 해볼까~하고 생각하셔도 좋을 듯^^
진짜 아무렇지도 않았는대 친구들 후배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니 이거 이러다 나만 이상해지는거 아냐 ?? 라는 생각이 좀 들긴 하죠 ㅋ
사실 전 결혼 하고 싶긴 해요;;;;;
-.-;;;
근대 그게 주변에서 결혼하고 애놓고 사는거 보다보니 결혼이 하고 싶어진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오늘은 그냥 넘어간다 싶으면, 절대 연락 없던 친구가 문자로 물어옵니다..ㅋㅋㅋ
한국 힙합씬의 발전은 반갑지만.. 날 후벼파면서 발전하진 않았으면 해요.
우리나라는 결혼해도 맞벌이에, 애는 시부모 ㅠ 주말부부 등등.....
지금 말씀하신 모든 문제들은,
사랑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요^^
저 또한 그렇게 살려고 하고있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