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 뛰어 들어가는 커플 잡담


며칠 전 공연을 보고 영화관에 들렀다가 마땅히 보고 싶은 게 없어서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던 중에 목격한 한 장면.

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갓 상경한 촌놈 간지를 뿜으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조그마한 마트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풋풋한 남녀 커플이 소주 한 병과 과자 몇 봉지를 사는 게 눈에 포착되더라. 날이 더우니 난장까려고 그런가? 난장까려면 간단하게 맥주나 마실 것이지 소주는 뭐야? 라는 생각이 들던 차, 예전에 없이 살던 내 모습(아, 물론 지금도 없지만)을 보는 것 같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그 커플을 지켜봤다.

커플은 구매를 마친 후 마트를 나왔다. 남자는 오른손에 소주와 과자 몇 개가 담겨진 검은 봉지를 들고 왼손에는 여자의 손을 잡고 나를 지나쳤다. '좋겠네..'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뭔가 다급한 듯한 제스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커플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갑자기 주변을 살피면서 길 옆에 있던 모텔로 후다닥 달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이더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여.. 여기가 모텔인가!!









가자!!




'나도 저랬었지.. 한창 뜨겁게 사랑할 나이지.. 콘돔은 샀는지 모르겠네.. 초박형이 좋은뎁.. 끼울 때 손톱에 긁혀 찢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데.. 질외사정하려나..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데.. 샤워는 같이 하려나..'이라는 마냥 부럽고 오지랖 넘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새 집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프로야구 올스타전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맥주 한 캔을 원샷했다.

예전에는 자취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텔에 종종 갔다. 그 때 모텔비를 모았으면 진짜 조그마한 전세 하나 샀을지도ㅋ 한창 모텔에 다닐 때만 해도 자취하는 녀석들이 엄청나게 부러웠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우선 모텔에 들어갈 때는 괜히 쪽팔렸다. 모텔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나도 아까 말한 그 커플처럼 달렸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조금이라도 빨리 떡을 치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영화에서는 상호 간에 급꼴림으로 허겁지겁 모텔 및 침대까지 입성하는 경우를 보여주긴 하지만 난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모텔 앞에서 모텔 카운터까지 달렸던 이유는? 내가 좀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모텔에 가는 것(가서 뜨겁게 떡을 치는 것)이 남에게 보여주기에는 부끄러운 짓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는 사람에게 들킬까봐 그 커플처럼 막 달렸었다. 모텔에 간다는 건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들어갈 때는 '우리 떡치러 가요'라고 하는 것 같고, 나올 때는 '우리 떡치고 나왔어요'라고 하는 것 같고. 아까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떡을 잘 못쳐서 그런가? 왜 당당하지 못했던 거지?ㅋ

하지만 가끔은 친구의 자취방을 이용하기도 했었는데 자취방에 들어가는 것은 덜 쪽팔렸다. 우선 주택가니까 집에 들어가는 간지. '모텔=떡'이라는 이미지가 성립한다면(물론 모텔에서도 음식같은 거 시켜 먹으면서 술도 마시고 떡도 치면서 재미나게 놀 수 있긴 하다만) '자취방=숙소+떡'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므로, 떡에 대한 일방적인 시선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때문인가?ㅋ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자취하는 친구들을 보면 매우 부러웠다. 만난 여자 및 여자친구와 자연스럽게 눈치 안보고 집에 들어가는 걸 보며, 마냥 부러워 했다. 그들은 뭔가 합법적(?)으로 떡을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낮에는 한마음




밤에는 급한마음




중요한 건 지금의 내가 과거에 그렇게 부러워하던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자취를 하면 끊임없이 떡을 치게 되어 피골이 상접하게 될 줄 알았고, 어느 때고 떳떳하게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서 마음 편히 떡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그 때와 달라진 거라고는 주머니가 궁핍해졌다는 것과 노쇠하였다는 것. 달랑 두 가지 뿐인데(하지만 이게 가장 큰 이유겠지ㅠ).. 이제는 야동이나 떳떳하게 보는 게 전부인 내 생활.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취를 하면서 여자들과 떡을 치러 가는 놈들을 보면 키도 크고 반반하게 생겼던 놈들이었던 것 같고, 그렇지 않은 놈들은 술에 만취한 나를 늘 재워줬던 것 같다, 고맙게도ㅋ

암튼, 모텔로 뛰어 들어가던 그 귀여운 커플을 보니 옛 생각이 나서 괜히 한 번 씨불씨불해 본다.



[펌]





덧글

  • 데미 2011/07/26 11:27 # 답글

    헉; 마지막줄 반전;;
  • 슈3花 2011/07/26 11:41 #

    데미 // 진실은 저 너머에!
  • 브릴리언트 2011/07/26 12:15 # 답글

    사진에서 뿜었네요 ㅎ
  • 슈3花 2011/07/26 13:12 #

    브릴리언트 // 급하다구요!!ㅎ
  • 2011/07/26 12:2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1/07/26 13:13 #

    비공개 // 오타쿠인가욤 ㅠ 유독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ㅋ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욤.
  • acrobat 2011/07/26 12:37 # 답글

    반전

    인것 같지만 훼이크.. ㅋ


  • 슈3花 2011/07/26 13:14 #

    acrobat // 펌입니다!! 펌이라구요!!
  • narue 2011/07/26 13:30 # 답글

    아... 뭔가 되게 귀여워요.
  • 슈3花 2011/07/26 13:44 #

    narue // 그렇죠?ㅎ둘이서 손 꼭 붙잡고 모텔로 총총 뛰어가는데 어찌나 귀엽던지요 ㅎ
  • eclair 2011/07/26 14:43 # 답글

    가자!!!! 에서 뿜고 ㅋㅋㅋㅋㅋ
    급한마음에서 한번더 뿜었어요 ㅋㅋㅋㅋㅋ
  • 슈3花 2011/07/26 20:59 #

    eclair // 한마음 그리고 급한마음.. 뭔가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 에바초호기 2011/07/26 14:50 # 답글

    펌이 페이크;
  • 슈3花 2011/07/26 20:59 #

    에바초호기 // 헉!!
  • 2011/07/27 03: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1/07/27 09:01 #

    비공개 // 최근 포스팅과 비교를 해보시면.. ㅎ
  • 사람해요 2011/07/30 01:48 # 답글

    제2의 안식처...훗ㅠ
  • 슈3花 2011/07/31 21:00 #

    사람해요 // 지친 내 영혼의 안식처 ㅠ 하지만 지금은 ㅠ
  • 리비도 2011/09/07 19:17 # 답글

    읽는내내 웃기다가 펌이라는 글자를 보고 나니 뭐고 이XX가 나오는 이 마음은 왜그럴까요?ㅎㅎㅎ
  • 슈3花 2011/09/07 23:50 #

    리비도 // 어디서 퍼왔더라.. 제 기억 속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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