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였지만 딱히 한 게 없다. 예전에는 휴가 때마다 펜션이나 콘도를 잡고 주변 관광지를 구경하곤 했었는데 이번 휴가는 그런 계획조차도 잡지 않았다. 이번 휴가에는 왜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가? 게을러져서 귀찮았는지.. 아니면 돈이 없어서 그랬는지.. 둘 다 해당되는 것 같아 기분이 개같아지니 여기서 STOP!
이번 휴가에는 그냥 고향 집에 내려가 친구들과 술이나 먹고 티비나 보다가 왔다. 다른 친구들과 휴가 일정도 맞추지 못했고, 주말에 고향에 있는 친구와 술이나 마신 게 전부였는데.. 그건 꼭 휴가가 아니라도 가능한 거니까.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그냥 고향 내려가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나 하면서 뒹굴 거리는 게 좋을 뻔 했다. 온라인을 통해서 추천받은 게임들이 상당한데 그 게임들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사양들의 게임이 나오기 전에 현재 내 컴에서 돌릴 수 있는 대부분의 게임을 돌려보는 것이다. 그래봤자 몇 개 안되겠지만 ㅠ 암튼 휴가가 하루 더 남았지만 고향을 떠나 그냥 상경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리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이건 따로 학습하지 않아도 되잖아
휴가.. 여름.. 바다..하니까 생각나는 추억이 하나 있어서 기억하고자 씨불거려 본다.
내 고향은 바닷가 쪽이라 해수욕장이 있다. 매우 크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이 해수욕장을 찾는다. 나도 휴가이거나 방학일 때 여름이면 마음맞는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가곤 했다. 하지만 우리가 바닷가에 가는 목적은 피서가 아니었다. 우리들은 피서가 필요할 땐 바다보다 강을 선호했다. 사람들이 없는 북적이지 않는.. 지역 주민들만 아는 그런 한적한 강가. 우리는 남들과 달리 바닷가에는 주로 밤에 갔다.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여름밤 해수욕장 백사장은 거대한 술판이 벌어진다. 돗자리와 소주 그리고 과자 몇 봉지만 있으면 눌러 앉은 후 자리를 잡는 그 곳이 바로 술자리. 나와 내 친구들은 그 거대한 술판에 동참하기 위해서 바닷가를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목적은 뻔했다. 즐거움을 위한.
합석을 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철판 깔고 들이대는 것이 진리. 어차피 또 볼 것도 아닌데 두려울 것이 뭐가 있는가? (하지만 이후에도 연락하는 놈이 있긴 했음) 게다가 큰 해수욕장 같은 곳에는 하나의 무리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저기 들이댈 수 있는 기회가 상당하기 때문에 들이댔다가 싸가지 없이 구는 거절조차도 아무 거리낄 것이 없다. 오랜만에 찾은 여름 바다 해변가에서 저기 한 쪽에서 앉아있는 그녀들이 보이지만 부담스럽게 너무 도도해보여 어떤 말도 붙일 자신이 없는가? 정 부담이 된다면 추억의 혼성그룹 자자(ZAZA)의 '버스 안에서'를 머리 속으로 되뇌이며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ZAZA - 버스 안에서
아뉘야 난 괜촤놔~ 그런 부담 갖쥐뫄~
'그쪽에게 객지에서 겪게되는 새로운 추억, 일탈을 선사하고 싶은데 괜찮으시면 함께 해주시겠나요?', '한 여름밤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데 어떠신가요?'와 같은 손발 퇴갤하는 개같은 멘트를 날리기 보다는 그 무리들의 사이즈를 대충 훑고 난 후 '일행 있으세요?', '몇 분이 오셨어요?', '같이 술 한잔 해요~' 처럼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하지만 솔직하게 들이대는 멘트들만 준비해서, 예상 답변에 대한 대처를 준비한 후 정형화된 매뉴얼로 여기 저기 집적거리며 계속 들이대다 보면 어느새 여자 무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술을 마시며 신변잡기식 이야기를 하다가 '숙소는 잡았느냐?', '숙소가 어디냐?' 물어보고, 눈치껏 빠져서 으샤 으샤! 뭐 다 그런 거지.

아 ㅈㅅ
이번 휴가 때도 바닷가를 다녀왔다. 예전처럼 껄떡거리러 간 건 아니다.. 들이대기에는 열정도 부족하고.. 중요한 건 나이가 나이인지라 ㅠ 그냥 바다
수많은 무리 중에서 여자들끼리 온 무리와 남자들끼리 온 무리가 서로의 눈치만 보면서 자기들끼리 즐거운 듯하게 노닥거리는 걸 봤다. 분명히 옆 무리들을 신경쓰면서 노는데..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참 답답해보였다. 음.. 자기들끼리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놀러와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이잖아. 왜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여?!

역시 중요한 건 타이밍과 스피드
암튼 예전에 너무 휴가를 떠들썩하게 보내서 그런가? 이렇게 기억에 남지 않는 휴가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좋게 생각해야지.. 휴가니까.. 쉬었으니까 됐잖아. 그렇게 생각해야 덜 아쉽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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