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보면 여성 연예인들이나 아니면 일반인 여성 출연자들이 몸매 좋은 근육질 남성들에게 늘 하는 개드립이 있다.

"복근 좀 보여주세요."
그 이야기를 들은 남성 출연자는 쑥쓰러운 듯.. 하지만 자랑스럽게 상의를 올려 우람한 복근을 보여준다. 그러면 여성 출연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야시시한 눈빛과 함께 '어머 어머!!' 하는 반응을 보인다. 심지어는 남성 출연자 앞으로 가서 막 만져본다.
너무도 식상한 레퍼토리. 이젠 식상하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다. 복근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방송 중 남자 출연자가 여자 출연자의 요청에 의해서 복근을 까보이는 것이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지고 익숙해졌다.
최근에도 방송을 보다가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 '짝'짓기 프로그램이었는데 일반인 여성 출연자가 일반인 남성 출연자를 보고 "복근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하더라. 그 장면을 보던 중 갑자기 드는 생각. 도대체 그녀들은 왜 복근을 보여달라고 하는 것일까?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1. 작가가 시켜서
방송에 들어가기 전 해당 프로그램 작가와 출연자들은 회의를 거쳐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하라고 합을 맞춘다. 그런데 "오늘 녹화에서는 '조각몸매 종결남'이 섭외가 되었으니 복근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하라"고 작가가 여성 출연자에게 이야기를 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대본을 받아든 여성 출연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심결에 발언을 한다. "복근 좀 보여주세요."라고.
2. 여성 출연자 본인이 보고 싶어서
방송에 출연한 여성 출연자는 남성을 볼 때 건장한 체격의 근육질의 남성을 선호한다. 팔뚝이나 어깨 골격만을 봤을 때는 도저히 그 남성에게 호감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남성 출연자에게 이야기 한다. "복근 좀 보여주세요."라고.
3. 남성 출연자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방송에 출연한 남성 출연자는 자신이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복근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복장도 런닝셔츠만 달랑 입고 나왔다. 우쭐우쭐 거리는 남성 출연자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여성 출연자가 한마디 한다. "복근 좀 보여주세요." 라고.
4. 건강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부위라서
방송에 건장한 남성 출연자를 섭외를 해놓고 보니 증명할 방법이 없다. 여성 출연자들은 생각을 한다. '그래, 건장하다면 운동을 열심히 했겠고.. 운동을 열심히 하였다면 근육이 잔뜩 발달되어 있겠지? 복근을 보여달라고 해서 저 남자의 건강미를 확인하자'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서 이야기 한다. "복근 좀 보여주세요."라고.
중요한 건.. 이유야 어찌됐든 복근을 보여달라는 건 가리고 있는 옷을 걷어 치우고 맨살(근육)을 보여달라는 건데.. 난 이게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맨살을 까서 보여달라고 하다니.. 사전에 합의가 된 게 아니라면 상당히 불쾌할 수 있고 무례하기 그지 없는 요구이다. 방송 프로그램이 건강 및 운동 등을 주제로 한 것이라면 넘어갈 수 있다. 그리고.. 복근을 보여주고자 하는 게 본인 의사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이 형은 자기가 까는 거고
요즘 방송을 보면 툭하면 복근을 까달라고 요구한다. 전후 사정이야 알아봐야겠지만 사전에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로 저런 요청을 하는 걸로 보이는데.. 난 이 요구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니, 싯팔 무슨.. 지들끼리 하도 떠들어대서 이제는 더 떠들 아이템이 없나? 오죽하면 옷을 벗어 속살을 보여달라고 하고 지랄이야.
근육질 남성의 건강미가 궁금하다면 무조건 복근 까라고 하지말고 그냥 윗몸 일으키기를 시키던가, 팔굽혀 펴기를 시키는 게 낫다. 보이는 것도 좋지만 기능도 중요한 것 아니겠어? 고추만 크다고 운우지정에 강한 게 아니 듯. 고추에 구슬이나 링을 박듯이 (시술방법은 다르겠지만) 요즘은 식스팩 만드는 수술도 있다고 하드만.
요즘은 복근을 까달라고 요구하는 행위가 무례한 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채로 남자의 복근이 어느 정도 울퉁불퉁한가에 대해서만 궁금증을 갖는다.

우리는 동지
여성이 남성의 복근을 공개토록 요청을 하는데.. 심지어는 막 만져보는데.. 이게 또 입장을 바꾸면 문제가 달라진다. 만약 내가 방송에 출연해서 무릎까지 오는 치마입고 나온 늘씬한 여성 게스트에게 '허벅지 좀 보여주세요'라고 한다면? 게다가 허벅지를 만져본다면?
개변태 씹호로새끼, 여자 다리에 환장한 도착증 환자새끼, 여자하면 스타킹과 망사를 떠올리며 섹스하면 촛농과 쇠사슬이 먼저 생각나는 유별한 성적 판타지에 빠져있는 상종하기 더러운 새끼, 부러운 새끼 등등.. 나를 최대한 더럽고 지저분한 짐승새끼를 만들기에 혈안이 될 것이다.
위의 예처럼 궁금함의 대상이 허벅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엉덩이나 가슴과 관련된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면 그 비난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요즘 요가 열심히 하신다면서요? 그래서 그런지 가슴도 탄단하고 힙업도 예쁘게 잘 되신 것 같은데 제가 잘 볼 수 있게 엉덩이를 제 쪽으로 돌려주시거나 가슴 좀 모아서 가슴골 좀 보여주시겠어요?'라고 한다면? 게다가 만져본다면?
반가워서 악수할 때 손을 잡는 대신 가슴과 엉덩이를 움켜쥘 새끼, 룸에서 술먹고 카드 긁을 때 카드기 대신 매니저의 가슴골 및 엉덩이골에 카드를 긁을 새끼, 엉덩이만 보면 환장해서 후배위 밖에 모르는 동네 개같은 새끼, 항문만을 공략해서 여성의 항문질환을 야기시키는 산부인과 및 항외과 매출액 상승의 일등공신인 새끼, 은행가서 저축대신 젖축을 할 새끼, 대학 진학 시 전문대 대신 젖문대를 갈 새끼, 부러운 새끼 등등.. 아.. 상상도 하기 싫다.
오버스럽긴 했지만 대충 비슷한 느낌의 의견들이 득세하겠지.

이런
헬스해서 복근 만든 사람에게 멋진 복근 보여달라고 하는 거랑 요가해서 가슴 및 힙라인 만든 사람에게 예쁜 가슴 및 힙라인 보여달라고 하는 거랑 도대체 뭐가 다른 거여? 심지어 나는 까서 보여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ㅠ
방송 하나 본 거가지고 그냥 그려러니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는데 내가 왜 이렇게 딴지를 거냐면은.. 왜 남성 출연자들은 몸매 좋은 여성 출연자에게 가슴 및 엉덩이 라인을 보여달라, 잘 빠진 다리를 볼 수 있게 바지나 치마 좀 걷어달라..라고 말을 하지 않느냐는 것.
...... 은 훼이크고, 어차피 입장 바꿔서 상호 간에 할 말 아니면 서로 하지 말자는 게 내 생각. 즉, 복근 보여달라고 요청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은 가슴 모아서 가슴골 보여줄 의향이 있을 때 하라는.. 그런 삽소리.
적고 보니 난 그저 욕정이 앞선 그런 사람.. 아니, 짐승.
덧글
성희롱이죠.
진짜,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성희롱은 관대하면서 그 반대는 왜 그리도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거라서?
솔직히 이런거 보면 정말 올라오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사람에 따라선 충분히 성희롱인데 말입니다. 이런건 언제쯤이나 개선될지 모르겠습니다.
글 내용에 동감합니다~ 재미있네요 ^^ 으하하!!
홍보성이죠. 몸 좀 만들었다는 거 어필하면 기사 쪼가리 하나라도 더 내 보낼 수 있으니.
출연 당사자가 그걸 거부할 권리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있죠.
근데 좀 다른 얘기지만 식스팩을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정말로 많은가요...
적어도 식스팩 있다고 없던 호감이 생기지는 않는데...
주변 아이돌 팬들도 '내 새끼니까 복근 생긴 것도 장한 거'지 그 이상의 감상은 없던데...
출연 당사자는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말씀대로 거부하는 순간, 제명이 되버리는 게 문제겠지요 ㅠ
여성 분들은 식스팩을 보고 섹시함을 느낄 수도 있고 실수로 열어놓은 지퍼를 보고 섹시하게 느낄 수 있지요. 관점은 다 다른 것 같습니다. 식스팩을 바라보고 나서 이어지는 여성 출연자들의 과한 리액션이 '여성들은 식스팩을 섹시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 같아요.
다만 여성도 몸매 어필 많이 하죠. 옷을 까지는 않지만 대신 가슴 펴고 엉덩이를 들어올려서 S라인을 만들어보이는 식으로..ㅎㅎ
가리지 말고 이제는 남성 출연자처럼 까란 말이야!!
안돼!!
그래서 보여달라는 사람이나 보여주는 사람이나 거부감이 덜하져..^^
그런즉엉덩짝과의 비교는 쩜 무리임다. 허리하 앞뒤, 즉 거시기 일대와 엉덩이 일대는 남녀공히 금기부위니까염.
힘업 운동했다고 남자분(여자분) 엉덩이 까보세요 하면 두들겨 맞지 말임다.
글타고 여자 가슴은.... 뭐 토플리스 일상화가 아닌 다음에야 거기도 아직까진 전통적 금기부위져.
그래도 엉덩이는 쩜 아니져. 하체 노출이 금기 아닌 문화권은 아무래도 희소하니께 말임다.
남자에 비해 여자가 가릴 데가 좀 많은지라 일대일 비교하기는 힘드실 듯 함다..
가슴골 정도는 뭐 근접할지도...
가!
슴!
골!
요즘에 동방신기 멤버가 나오는 아이스티 광고를 보면 정말 어이없는 성희롱 그 자체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반대 입장이었다면 난리가 났을거에요 아마.
보리님이나 칼라이레님께 달아주신 답변과 거의 비슷한 답변을 주실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죄송스럽게도 덧글답니다;;
음.. 자꾸 부위에 대해서 말씀하시네욤. 우선 저는 남성의 갈라진 복근은 되고, 여성의 갈라진 가슴골은 안된다는 생각이 너무나 싫습니다. 남성의 갈라진 복근이 되려면 여성의 갈라진 가슴골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위에 대한 대중의 보편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저도 마찬가지로 받아드리고 있습니다. 배, 가슴, 성기.. 부끄러움을 느끼는 대중의 보편적인 인식으로는 여성의 경우 배<가슴<성기 순일 겁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다른 신체 부위가 추가가 된다면 저 부등호의 방향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겁니다. 개개인마다 다를테니까요. 그리고 부등호가 저렇게 되어 있다고 해서 배는 되고, 가슴은 약간 되고, 성기는 안된다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배도 소중하고 가슴도 소중하고 성기도 소중합니다. 그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이 까라고 했을 때는.. 느끼는 수치심에 대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수치심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작은 수치심은 되고 큰 수치심은 안된다라는 생각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이예요. 따라서 무엇인가를 까달라고 그럴 때나 깔 때는 본인의 의사인지, 사전에 합의된 내용인지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제가 방송에서 복근을 까달라는 요구하는 장면을 봤을 때(워낙 많지요..)는 전후사정을 알 수 없었고 내용 흐름상 밑도 끝도 없이 복근을 보여달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제가 가슴과 엉덩이 이야기를 한 것은 한 개인에게는 가슴과 엉덩이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위가 있을 것이고.. 그것이 복근(을 포함한 다른 부위 어느 곳이든지요)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런 요구를 하지 말자는 말씀이어요.
개인이 느끼는 부위에 대한 인식은 개인에게 확인하지 않고는 어떤지는 알 수 없지요.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부위에 대해서 보편적으로 통용된다고 해서 그 보편적인 인식을 개개인에게 적용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감대가 사람마다 다르듯이요.
상대방이 내 발언으로 인해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수치심이 크던 작던 닥치고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자신도 어느 정도 수치심을 감내할 생각으로 이야기 해야겠지요.
적절한 밸런스인 듯 하네요.
하루빨리 방송에서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