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적한 외지생활. 친구의 생일이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에.. 정확히 말하면 지하철로 갈 수가 있는 지역이기에 나는 그 친구를 축하해줄 수 있었다. 타지역에 있는 친구까지 불러내어 총 3명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삽겹살 집에서 한 잔, 양꼬치 집에서 한 잔, Bar에서 한 잔. 그리고 내 방으로 와서 마지막으로 한 잔.
친구 생일 전 날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생일에는 아무리 술을 들이부어도 술이 취하지 않더라. 몸이 아직 회복이 안된 건가? 신기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는데 이게 좋은 증상같진 않다. 암튼 그렇게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친구들과 속옷만 입은 채로 야동 틀어놓고 간단히 소맥을 마시고 있었다. 안그래도 좁은 방에 고추 달린 놈들이 세 명이나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으니 뭔가 갑갑한 느낌. 그래서 친구 중 한 명이 창문을 열었다.
'앗, 싯팔!'
창문을 열자마자 친구의 입에서 삐져나온 갑작스럽고 씹스러운 욕설에 내가 별 거 아니겠지라는 표정으로 '왜?'라고 물어보자, 창문을 열었는데 옆집 여자랑 눈이 마주쳤다고 하는 게 아닌가? 엄연히 말하자면 옆 건물 비슷한 층의 여자와 눈이 마주쳤겠지. 그 여자의 얼굴이 못생겼다거나 너무나 아름다워서 저런 외침을 했다기 보다는 우리들끼리 야동을 보고 있던 상황, 자신의 속옷 차림.. 뭐 이런 것들 때문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옆집 여자와 눈이 마주친 건 친구 뿐만이 아니다. 나도 몇 번 눈을 마주쳤었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휴일 오전에 샤워를 하고 나와 속옷 차림으로 창문 쪽에서 머리를 말리다가 옆집 여자와 처음 눈이 마주쳤었다. '어?... 어.'하며 당황했었는데 옆집 여자는 그냥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더라. 내가 좀 더 멋진 몸이었다면?
이상하게 옆집 여자와 눈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옆집에 대한 시선이 전혀 가지 않았는데, 눈을 마주친 이후에는 자꾸만 의식을 하게 되더라. 그렇게 가끔 눈을 마주쳤었지만 마주칠 때마다 난 소스라치게 시선을 회피했었기 때문에 옆집 여자의 얼굴이 기억나진 않는다. 아쉽게도. 그 이후로는 집에서 혼자 있는데도 불구하고 속옷차림으로 마음껏 다니지도 못하고, 예전처럼 옆집 방향의 창문을 열어놓고 바람을 쐬면서 멍 때리지도 못하고. 상당히 불편했다. 그건 그 여자도 마찬가지였겠지.

불편은 개뿔, 현실의 난 그저 발정난 개같을 뿐
불편했다고는 했지만 가끔 창문을 열고 닫을 때 힐끗힐끗 옆집을 훔쳐보게 되는 이런 변태같은 습성.
옆집 여자는 여름과 겨울에 거의 창문을 열지 않았다. 여름에는 에어콘을, 겨울에는 추우니까. 하지만 봄과 가을에는 종종 창문을 열었었기에 봄과 -이맘때처럼- 가을은 서로 불편했었다. 하지만 옆집과 내 방.. 두 장소가 몰카로 촬영된다고 했을 때 나보다는 옆집 여자가 데미지가 크겠지. 여자들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 많은 법이니까!! (이건 무슨 개드립 ㅋ) 암튼 외간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경우가 발생해서.. 불편해서 그랬는지 옆집 여자는 자신의 방 창문에 커다란 발을 설치하였다.
이제는 그 발 덕분에 옆집 여자와 눈을 마주치는 일이 없다. 그 전에 인사라도 좀 할 걸 그랬나, 속옷 차림으로?
옆집 여자에게 본의 아니게 나와 내 친구가 상반신을 노출해서.. 못 볼 꼴 보여서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나의 사과를 받아드릴 의향이 있다면 부담없이 내 방에 놀러와도 된다. 그때는 상반신이 아닌 하반신을ㅋ

뭐어? 하~의~실~조옹?
덧글
처음엔 우연이었지만, 그 뒤론 우연이 아니었던...ㅎㅎㅎ
http://minggus.egloos.com/2398045
확실히 묘한 상황이긴 한데.. 경험을 안해봐서인지 와 닿지가 않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