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엠씨(UMC/UW)의 '크리스마스 이브 대학살(Christmas Eve's MASSACRE 2011)' 공연 후기....읭? 잡담

이 공연을 추천한다

이게 얼마 만의 유엠씨(UMC/UW)의 공연인가. 게다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는 하지만 딱히 할 일도 없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인들의 닭살스러운 행각은 발기해 있던 내 심볼도 오그라들게 만들 지경이니 이런 훈훈한 제목의 공연은 그야말로 내 입맛을 쪽쪽 빨아당기기에 충분했다. 예전에도 가 본 적 있는 유엠씨의 공연. 그 때도 혼자, 이번에도 혼자서 공연을 보러 가기로 결심하였다.

물론 평소와 마찬가지로 금요일 밤에는 만취하여 뻗었다. 드디어 공연 당일인 토요일. 약간은 게으름을 피우며 공연을 보러 갈 준비를 했다. 바깥 날씨가 춥다는 말에 옷을 단단히 여미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공연시간에 딱 맞춰가는 게 진리지. 춥게 혼자 바깥에서 덜덜 떨며 콧물을 질질 흘리고 싶진 않았다. 게다가 기다리면서 노래라도 들으면 좋겠지만 술마시고 이어폰을 읽어버려서 노래를 못듣는단 말이지.

공연이 6시니까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기사식당에서 제육볶음에 공기밥 추가해서 먹고 배를 든든하게 해서 공연이나 보러 가야겠다며 지갑을 열어보니 달랑 17,000원. 어라? 내 지갑 속에 있던 얼마 안되던 돈들은 다 어딜 거지? 아마도 전 날 술을 마시며 썼겠지.. 예상치 못한 소비에 비탄에 잠겨있다가 최근 꼬꼬면을 사러 갔다가 내 눈에 띄어 캐스팅된 기스면을 먹기로 결심하였다. 한 개를 끓이려다 술 먹은 다음 날은 괜히 허기가 지는 것 같다며 내 자신을 설득시킨 후 두 개를 끓여 먹었다.

집 밖을 나오니 바람이 꽤 쌀쌀하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매서운 칼바람이 귀싸대기를 후려 갈기기에 더 맞으면 안될 것 같아 패딩 점퍼 안으로 목을 푹 숙여 집어 넣고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를 기다리며 시계를 보니 5시 10분. 어라? 공연시작 시간까지 간당간당하다.

'어차피 공연 시작할 때는 게스트들이 시간을 조금 벌어줄테니 뭐..'

겨우 두 번이긴 하지만 유엠씨의 공연을 갔을 때 곧바로 공연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은 늦어도 상관없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게스트들의 공연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유엠씨의 공연을 보고 싶을 뿐이니까.

'이 망할 버스는 꼭 바로 안 와!'

급하고 바쁠 때만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하면 버스가 바로 올 때도 있지만 막상 바로 오면 '그러려니~' 하기 때문에 늘 버스가 바로 안온다는 편견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이동하였다. 개찰구에 태그를 하자 들리는 경쾌한 소리.

'환승입니다'

환승 시 안내멘트는 여성의 목소리라서 더욱 환승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중에 이 '환승입니다'라는 멘트가 날 비참하게 만들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암튼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1호선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였다. 이제 신촌역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5시 50분 정도 되었다. 약간 늦을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게으른 나를 탓할 수 밖에. 신촌역에 도착해 계단을 올라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태그.

"삑!!"

'환승이 안됐다면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모두 냈을텐데..'

괜히 기분 좋은 느낌으로 8번 출구를 찾아 뛰기 시작했다. 출구를 찾아 신촌역 바깥으로 나오니 어느새 어두워져있다. 시계를 보니 6시가 훌쩍 넘었네. 이런 시바 ㅠ

'쳇.. 그래, 어차피 유엠씨 공연만 놓치지 않으면 되지..'

언제나 그랬듯 공연 중에 소리를 지르고 지랄발광을 하기 위해서는 음료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 공연장으로 향하던 중 마트에 들려서 음료수를 샀다. 술이 아직 깨지 않은 상태라 헛개차를 사려고 했는데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옥수수수염차와 보리차 중에 고민을 하다가 보리차를 골랐다.



공연을 나와 함께할 하늘보리




차가워진 보리차가 뜨거워질 때까지 놀 생각을 하며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 이미 오늘 밤을 새빨갛게 만들 기세인 커플들이 하나 둘 씩 지나간다. 마냥 부럽다. 솔로가 아닌 자가 솔로로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바스 이브는 연인과 함께'라는 사회 분위기 탓인지 그 커플들을 보니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 난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진 않았다. 그래도 공연을 보며 다 잊고 즐거운 시간을 갖겠다는 일념으로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옮겼다.

공연장 입구에 도착했다. 늦어서 그랬는지 예전처럼 공연장에 늘어선 줄은 보이질 않았다. 다만 입구에서 관객으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담배를 피우며 공연소개 입간판을 보고 있더라.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인가? 공연 중에 잠깐 바깥에 나와서 바람쐬는 사람들을 봤었기에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개의치않고 공연을 보러 온 기념으로 입간판을 촬영하기 위해 옆에 가서 입간판 사진을 찍으니 나에게 묻는다.

"크리스마스 이브.. 막살..? 마싸? 이거 무슨 뜻이예요?"



Christmas Eve's MASSACRE 2011!!!


massacre. 당황해서 말이 안나온다. 분명히 인터넷 사전으로 찾아봤었는데.. 갑자기 물어보니 의미는 알겠는데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 그게.. 사..살인? 뭐.. 그런 뜻인데.. 아, 사전으로 찾아보고 왔는데.. 아~ 기억이.. 암튼 좋은 뜻은 아니예요.."
"아, 그래요? 이거 어떻게 읽어요?"

어? 왜 자꾸 물어봐.. 분명히 인터넷으로 읽는 법도 알았었는데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된다. 내 대가리 속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샹. 당황해 하는 나에게 그 여성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이야기 한다.

"막살래? 막싸크래?.. 이거 뭐야? ㅋ"

막 혼란스러웠다. 내가 왜 들어가기도 전에 이런 당황스러움을 맛봐야 하는가. 이 상황을 종료하고 들어가기 위해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공연 보러 오셨나봐요? 안에 사람 많이 왔나요?"
"아뇨, 저는 이 옆에 왔는데.. 그냥 궁금해서요 ㅋ"

...... 순간 당황. 그런 나를 놔두고 담배를 바닥에 버리더니 한마디 더 거든다.

"오늘 여기서 뭐 공연해요?"
"아.. 예. 힙합공연이 있.."

대답을 하던 중 공연장 안에서 누군가가 나오더니 나를 바라본다. 매표 담당하는 사람이었다. 나를 보더니 공연을 보러 왔냐고 물어보길래 그렇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 그 대답이 나를 더욱 큰 혼란과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우선 들어오세요. 지금 자리가 꽉차서.. 예매하셨어요?"

자..자리가 꽉찼다니? 순간 너무 늦은 내 자신을 탓했다. 절망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어때, 스탠딩 공연이라 좌석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달랑 나 혼잔데. 들어가지도 못할 리 없다. 혼자서 고뇌에 빠져있는데 아까 몇 마디 나눴던 그 여인이 어디론가 사라지며 매표 담당자에게 외친다.

"뭘 그렇게 빡빡하게 굴어요~ 사전까지 찾아보고 왔다는데~ 그냥 들어가게 해줘요~"

선의로 그렇게 외친지는 모르겠지만 당황해 하던 나는 그 말에 알 수 없는 쪽팔림을 느끼며 예매를 했는지 물어보는 매표 담당자의 말에 괜한 절망감을 다시 느끼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혀..현매요!"
"아~ 현매시면.. 지금 입장이 불가능하실 것 같아요. 지금 자리가 꽉차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어요. 지금 몇 분들도 오셨다가 환불하고 가셨어요! 저희도 이런 적이 많지 않아서.. 하하.."
"저.. 혼자인데도 불가능한가요?"
"네. 지금 못들어가실 겁니다."
"그럼.. 잠깐 내려가서 확인이라도 하고 와서.."

대화를 하는데 나와 같은 처지의 지각생 등장.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유엠씨의 여성팬. 그 여성팬은 입구에서 고민하고 있는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매표 담당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을 뿐. 멀리서 왔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지만 어쩌겠는가. 그 여성팬도 나와 마찬가지로 확인이라도 하고 나와야겠다고 하였는데 매표 담당자는 우선 들어가려면은 돈을 내야 한다고 하더라. 물론 판단하고 나오면 환불은 기꺼이 해주겠다며.

고민을 할 것도 없다. 환불해준다는데 뭘.. 우선 입장조차 안된다는 말에 '설마 한 명도?'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지고 매표소를 지나 지하에 위치한 공연장으로 향했다. 눈으로라도 확인을 하고 싶었다. 공연 비용을 내고 입장했다. 계단을 내려가니 여전히 반기는 미러볼. 오늘은 괜히 얄미워 보인다. 계단을 내려가 코너를 도는 순간..



당시의 내 상황을 감각적이고 잉여스럽게 표현!




'뭐.. 뭐야.. 이건. 공연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잖아. 좆망테크 탔네 ㅠ'

공연장은 이미 포화상태. 3~4명 정도는 공연장 바깥의 계단에 앉아서 라디오를 듣듯이 공연장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만 경청할 뿐이었다. 공연장 안에는 이미 유엠씨의 위트 넘치는 잉여인증 드립(프리쉘 만렙)에 깔깔 낄낄 분위기. 안이 보이기라도 하면 상관없다는 생각에 계단에서 공옥진 여사마냥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 봤지만 공연장 안은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큰 낙심을 하고 있는데 유엠씨의 아까 그 여성팬은 그래도 보고 싶었는지 공연장 바깥의 계단에 자리를 잡더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지각한 내 자신에 대한 자책. 그리고 공연을 보고 싶다던 기대가 공연을 보지 못한다는 커다란 실망으로 바뀌자 슬픔이 밀려왔다.

'잉여를 위한 자리에 왜 잉여가 아닌 사람들이 와 있는 거지? 게다가 커플로 추정되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내보네 내보네!!'

뭔가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싶은 생각과 괜히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패배감이 들자 자리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복잡미묘하고 멍하지만 울적한..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공연장을 바로 등지고 나와서 매표소에서 바로 환불처리를 했다. 예매 담당자는 예견이라도 했듯 즉각 환불처리를 해주었다.

"오늘 이렇게 추운데도 불구하고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시던 분들도 계셨어요. 부디 양해해주세요"
"......네. (에휴~) 수고하세요"

공연장을 나오자 찬 바람이 다시 세차게 불어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하였다. 갑자기 할 게 없어졌다. 피식 웃음이 났다.

'이제 뭐하지?ㅋ 아, 나의 크리스마스 이브.. 시발'

나의 게으름과 이번 공연에 안일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었던 내 주변상황을 탓하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옮겼다. 신촌에는 집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 어차피 공연 이후에는 딱히 스케줄이 없었으니 도로 따윈 막혀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탔다. 교통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대자,

'환승입니다'

어라? 환승이 적용된다.



출처 : http://www2.gg.go.kr/gbus/unity/unity01.html



'시발, 난 신촌에 온지 30분도 되지 않아 다시 집으로 향하는 구나'

뭔가 졸라 비참한 기분이 뼈 속까지 스민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창 밖을 내보다가 몇 정거장 지났나? 갑자기 우르르 타더니 내가 앉은 맨 뒷자리에 후다닥 앉는다. 힐끗 봤더니 커플 두 쌍. 뒤에 앉아서 깨를 볶더니 주물럭을 만든다. 요리는 이따가 모텔가서 해라, 이 년놈들아ㅠ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거쳐 종각을 지나는데 뭔가 시끌시끌한 분위기에서 캐롤이 신나게 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하고 있다. 공짜공연인가? 아쉬운 마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고자 버스에서 내려 달려가봤더니 '한미FTA반대 가카헌정 캐롤송 경연대회'. 가뭄에 콩나듯 그거라도 감지덕지하며 구경 좀 하려니 그마저도 이제 막 끝나서 해산하는 분위기ㅠ



가는 날이 장날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에 치이다가 금새 지쳐버려 나도 그냥 집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버스를 다시 타려니 바깥에서 기다리기 너무 추울 것 같아 상대적으로 대기하면서 따뜻한 지하철을 타기로 결심했다. 조금 기다리니 지하철이 도착했는데.. 사람이 미어터진다. 더 기다려봐야 집에 도착하는 시간만 늦어질 뿐 지금과 매한가지일 거라는 생각에 손을 가슴 위로 올리고 탑승에 성공. 타고 내리는 사람들과 옷깃만 스쳐도 무한한 인연을 만들면서 집 부근의 지하철역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다음 유엠씨 공연은 꼭 봤으면 좋겠다.










덧글

  • 601n829 2011/12/26 21:46 # 답글

    날도 추운데 고생하셨네요......
    역시 겨울엔 집에서 안 나가는 게 최고인가봐요.
  • 슈3花 2011/12/27 01:22 #

    601n829 // 고생도 고생이지만 뭔가 너무 허무했습니다 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서 전기장판 켜놓고 TV나 볼 걸 그랬어요~
  • 젯슨퐉 2011/12/27 01:13 # 답글

    슬픈 환승 소리네요,,,ㅠㅠㅠ
  • 슈3花 2011/12/27 01:23 #

    젯슨퐉 // 난 고작 30분도 안되는 시간을 위해 이렇게 외출을 한 것인가!! 회의감이 밀려오더라고요 ㅠ
  • 쵸죠비 2011/12/27 09:10 # 답글

    아 눈물없이 읽을 수 없는 포스팅인데 몇군데서 웃음잌ㅋㅋㅋㅋㅋㅋㅋ슬픈 크리스마스죠??ㅋㅋㅋㅋㅋㅋㅋㅋ
  • 슈3花 2011/12/27 09:42 #

    쵸죠비 // ㅠㅠ 우엉 ㅠㅠ 잉여를 위한 공연에 잉여가 아닌 사람들이 와 있다니!!!
  • 2011/12/28 21: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1/12/29 10:37 #

    비공개 // 와우! 쿨하시네요. '아무나'라니. 물론 정말 '아무나'는 아니겠지요? 마냥 부럽습니다. 실황 사진 같은 건 없나요?ㅎ

    라임 죽이네요. 펄펙! 10점 만점에 100점이군요.
  • ㅠㅠ 2012/01/17 15:34 # 삭제 답글

    이왕 못들어갈거 과감히 포기하고 입구에서 담배피던 분과 술이나 한잔 걸치시지.... 하지만
  • 슈3花 2012/01/17 16:26 #

    ㅠㅠ // 주머니도 제로, 용기도 제로. 그녀도 제로(공연장 확인하고 나니 어디로 사라졌더라고요). 아마 안될 거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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