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방문한 치과(스케일링을 처음 받아 본) 잡담


평일 저녁. 평소와 다름 없던 나는 저녁식사를 하고 TV를 보고 있었다. TV에는 늘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가 방영이 된다. 물론 실패 후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상대적으로 대박 사장님, 청년 CEO 등.. 보기에 화려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나는 이렇게 살까'에 대하여 자조적인 생각을 하며 울적해 하고 있었다. '남 잘된 것.. 그게 뭐 울적할 일이기까지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만 차상위 계층에 해당될 정도로 암담한 내 현실을 돌이켜 보니 한숨만 나왔다.

TV를 끄고 컴퓨터를 부팅시킨 후 90년대에 흥했던 흑인 음악을 틀어놓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양치질을 하면서 거울을 보던 나. 최근 치아에 이상이 있어 막대한 치료비용을 날렸다는 후배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내 치아에는 이상이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난 치과에 가본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 집에서 헬스하면서 벤치프레스하다가 바벨에 입술이 터지는 바람에(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 잇몸 및 치아에는 영향이 없는지를 확인하러 간 것 빼고는 치과에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아, 최근에는 건강검진 받을 때 한 번 들렀었구나.

난 치아가 아파서 끙끙거린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즉 끙끙거릴 경우 비용도 더 많이 들고 늦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전에 미리미리 대비하라는 이야기. 사람들은 치아의 경우 비용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했으나 위에서 이야기했듯 가끔씩 치과에 방문했을 때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주었기 때문에 예방의 중요성에 대하여 느끼지 못했었다. 암튼 그런 이유로 치과에 방문을 거의 한 적이 없고 여태까지 남들이 다 받아본 스케일링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암튼 샤워를 하다가 양치를 하면서 문득 치아에 문제가 없는지 치아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 손거울과 벽면 거울을 동원해 내 치아를 한 번 훑어봤다. 하지만 왼쪽 윗니 부분.. 어금니 바로 앞 쪽에 까맣게 썩어들어간 충치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오마이갇! 좆됐다ㅠ'

내 머리는 바로 통장 잔고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래고 개략적인 치과 치료비용을 산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간 치과 치료를 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 치아 상태는 아직 신경증상도 없었고 충치로 보이는 그것의 사이즈도 그리 크지 않으니 비용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자위를 했다. 하지만 빠듯한 내 형편은 그 비용조차도 버거워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아, 정말 돈이 없어서 치료도 못 받는 상황까지 왔단 말인가? 의료 민영화 되면 최악의 경우에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건가?'

개념도 없이 주워들은 정보만 가지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놔두면 병된다'는 옛 선조 어르신들의 말씀이 떠올라 다소 통장 잔고에 출혈이 있더라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친구와 함께 술김에 내질렀던 음주가무 비용이 재차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가장 중요한 돈도 없어ㅠ




다음 날. 직장 동료에서 회사 부근의 좋은 치과를 추천 받은 후 상사에게 병원을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회사를 나왔다. 날씨가 풀렸다고 하더니.. 은근히 춥다. 괜히 치아까지 시리는 것 같다. 옷을 싸매고 추천 받은 치과에 도착하였다.

이른 아침이라서 아직 진료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간략하게 접수절차를 마치고 자리에서 대기. 진료시간이 되자 코디네이터로 보이는 분이 나를 부르더니 진료실로 이끈다. 다소 오랜만에 만나는 의자.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치아의 상태를 보기 위한.. 뭐 그런 거라고 하던데 이상한 기계 앞에서 턱을 대고 이상한 걸 깨물게 하더니 대기를 하라고 하더라. 1~2분 정도 있었나? 촬영이 끝났다며 진료실로 오라고 한다.

진료실에 도착해 진료의자에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의사가 진료를 할 줄 알았는데 코디네이터가 내 치아를 검사한다.

'치위생사인가?'

그렇게 내 속살을 보여주고 있는데 실컷보더니 한마디 한다.

"딱히 이상이 없으신 것 같은데요? 왼쪽 윗니는 예전에 아말감 치료 하신 자리고요"
"아말감? 아말감이 뭐지요?"
"아말감은 치아 충전(?)재료인데요 예전에 치료하셨을 때 아말감으로 치료를 받으셨네요. 아말감은 수은이 블라블라블라..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고 기간이 오래될 경우에 치아와 아말감 사이에 찌꺼기가 블라블라블라.. 그래서 교체를 하시는 게 좋은데.. 블라블라블라.."
"아, 그러면 윗니 중에 제가 충치라고 생각했던 그곳이 예전에 치료했던 자국이라고요?"
"네.. 그런데 아말감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블라블라블라"

내가 걱정했던 부분이 해소가 되니 다른 말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결국 내가 충치라고 생각했던 그게 충치가 아니라 예전에 치료한 자국이었다는 것.

'아, 충치가 아니었구나!'



고비용의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미소가 번지..



..다가 안도도 잠시, 코디네이터의 펌프질은 계속 된다. 듣고 보면 다 맞는 말이긴 한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자꾸 해대니 슬슬 피곤해진다.

'죄송하게도 당신이 나에게 아무리 좋다고 설명을 해도, 그리고 추천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난 돈이 없어서 못해ㅠ 그건 그렇고 근데 왜 내가 의사가 아닌 양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지?'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정체를 물어보려는 찰나,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들어오더니 진료가 다시 시작 되었다. 의사는 들어와서 내 치아를 살펴보며 송곳같은 것으로 내 치아를 몇 군데 쑤시면서 긁더니 종이에 알 수 없는 글자를 적고선 나가 버렸다.

의사 입장과 동시에 자리를 비웠던 코디네이터가 다시 들어오더니 의사가 적고간 종이를 보면서 해석(?)을 해준다.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아말감처리를 했던 *번 치아 안쪽의 어금니가 충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상관이 없지만 어금니 같은 경우에는 임플란트.. 레진.. 블라블라블라.."

병원을 자주 다니지도 않고 의사가 아닌 코디네이터에게 설명을 받는 병원은 더더욱 처음인지라 당황스러웠다. 자꾸 나보고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뭘 자꾸 선택을 하라는 거여ㅠ 환자가 치료가 필요하면 환자에 맞는 치료와 처방을 해주면 되는 건데.. 의학적 지식도 없는 내가 뭘 어떻게 판단을 하라는 거여? 답답해서 되물었다.

"그래서 당장 치료가 필요한 건가요? 아까 다녀간 의사 선생님께서 진단하신대로 처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께서도 충치 가능성이 보인다고 해놓고 가셨어요"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하냐고요"
"지금 당장은 아닌데 향후에 신경까지 아프게 되고 그때 치료하게 되면 지금 비용의 배로 들 수 있거든요'

뭔가 답답했다. 나도 내 증상이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제대로 묻지를 못하고 있기도 하고, 코디네이터는 자꾸 치과 예방의 효과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 또 당장 예방 치료를 결정하라고 하고 있다.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아서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음.. 그래요. 그럼 6개월마다 오셔서 검진이라도 꾸준히 받으세요"
"네, 그래야겠어요. 말씀대로 충치까지 생기면 돈이 더 들텐데요"
"네. 그런데 치아에 치석이 많으시던데 스케일링 안받으시겠어요?"

스케일링? 맞다. 스케일링. 스케일링은 한 번쯤은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치과에 온 김에 스케일링을 받겠다고 했다. 나와 상담을 하던 코디네이터가 스케일링을 해준다. 당황스러웠지만 설마 자격도 없는데 해줄까 싶어서 순순히 치아를 맡겼다. 치아 구석구석을 들쑤시는 느낌이 난다. 가끔은 아파서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아프다가도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에 닭살이 돋기도 한다. 스케일링을 마치고 물로 입을 헹구자 새빨간 핏물이 함께 나온다.

"수고하셨습니다. 스케일링 처음이시지요?"
"네.."
"치석 많으시네요. 스케일링 한 번도 안받으신 분 치고는 치아 상태가 양호하시네요"
"아.. 예.. 뭐.."
"아까 말씀드린 그 부분은 생각 있으시면 방문하셔서 치료 받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색하게 서로 수고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병원을 나왔다. 정신없이 흘러간 치과 방문. 충치가 생긴 줄 알고 치료 받으러 갔다가 스케일링을 받고 나왔네. 괜히 웃음이 났다. 지적받은 치아가 계속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당장은 급한 불을 끈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할 분담이 분명히 이루어지고 있는 병원 시스템에 크게 놀랐다. 이런 기업형 병원 시스템이 최근 대세이긴 하다. 하지만 난 의사 선생님한테 '요기요기 아파욤ㅠ'이라고 징징거리고.. 또 하나하나 설명을 듣고 처방받는 게 좋은데..ㅠ

아, 또 하나.

처음 스케일링을 받아서 그런지 깔끔해진 구강을 가지고 괜히 막 여기저기 물고 빨고 키스하고 싶다.





정엽 - 입맞추고 싶어요





덧글

  • 작두도령 2012/03/09 13:10 # 답글

    저도 얼마전에 스케일링 받았는데 상쾌해요.
    치아 관리에도 좀 신경이 많이 쓰이고 있구요~
  • 슈3花 2012/03/09 13:55 #

    작두도령 // 저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괜히 치아에서 뽀드득 소리나는 것 같고 ㅎ 치아 건강에 힘씁시다 ㅎ
  • 로사 2012/03/09 18:47 # 답글

    건치는 천복이래잖아요! 부럽네요 ㅠㅠ 전 교정 치료 1년차에요. 벌써 지난 일년 간 치과에 갖다 바친 돈이 오백이랍니다. ㄷㄷ
  • 슈3花 2012/03/10 21:36 #

    로사 // 저도 교정이 필요할 정도로 치열이 고르지 못합니다 ㅠ 갖다 바칠 돈이 있었면 저도 교정을 할텐데 ㅠ
  • volplane 2012/03/17 15:46 # 답글

    요즘같은 외모지상주의같이 키크고 이쁘고 잘생기게 태어난건 다필요없는거 같습니다.몸건강히 태어나는게 제일~!! ....키도작고 못생기고 이빨까지 안좋은 난 어쩌지....
  • 슈3花 2012/03/18 14:01 #

    volplane // 건강이 진리입니다. 기왕임면 다홍치마라고.. 예쁘고 잘생기면 좋겠지요. 저는 뭐 시궁창이라 ㅠ

    예전에 어떤 설문조사 결과를 봤는데 여자는 남자를 볼 때 키가 크고 유머러스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설문을 본 저는 '어라? 왜 능력(=재력)에 대한 내용이 없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필수사항이라서 애초에 설문항목에서 제외를 시켰다는.. 개샹년놈들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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