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선의로 행동할 때도 늘 조심히 잡담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요즘같은 취업시장 불황에 이직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물론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이직은 좀 쉬운 편이겠으나 반대의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만큼(=내가 부자가 되는 것 만큼)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특출난 자신의 분야와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업무에 매진하다 보면 취업 시 달성했던 일부 스펙들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기업은 여전히 이직자에게도 강력한 스펙을 원한다. 구직자와 기업간 괴리가 발생한다. 구직자는 '내 경력이 곧 나의 스펙'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정작 이직을 하고자 하면 기업에서는 '경력은 경력대로 쌓고 스펙은 스펙대로 유지 했어야지'라며 이직하고자 내민 자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친다.

미친듯이 올라가는 스펙과의 경쟁에서 자신도 살아남아야 하므로 사회가 원하는 스펙에 억지로 맞추어 가면서 외국어능력 평가 기관의 배를 불려주고 있고, 자신은 전혀 내키지 않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사회봉사활동(과연 진정한 봉사라고 할 수 있는가?)을 하여 자신을 부풀리고 거짓으로 포장하며 겉으로만 기업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이런 현실을 알기에 이직하려는 사람이 보이면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진다. 그가 미처 접하지 못한 이직정보를 제공해 줄 수도 있겠고, 나아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이직활동을 하던 사람이 신세한탄을 하면서 나에게 토로했던 내용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많이 다르기에 한번 떠들어본다.



A는 나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친구다. A는 이직자리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직은 쉽지 않다. 그렇게 때문에 A는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되면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이 이직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직이 쉽지 않다는 사실에 대하여 힘들다고 이야기를 한다. A와 함께 자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의 상황에 대하여 인지하고 있다.

어느 날 A는 같은 학교 선배인 B로부터 일자리 한 군데를 추천받는다.

"A야. 'OO'이라는기업이 있는데 여기 한 번 넣어봐"
"'OO'이요? 여기 지금 사람 구해요?"
"응. 구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한 번 넣어봐. 나도 여기 일하는 사람 알고 있으니까 한 번 알아봐줄게"
"오,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ㅋ"

A는 이력서를 넣는다. 하지만 서류전형 광탈. A는 B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선배, 저 'OO' 넣었는데 서류도 안됐어요"
"아, 그래? 아쉽네..왜 안된거지? 한 번 알아봐줄까?"
"아뇨.. 안됐는데요 뭘.. 네.. 알겠어요. 수고하세요"

며칠 뒤 A는 나를 불러냈다. 그리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야, 내가 이직자리 구하고 있잖아. 그런데 며칠 전에 B한테 전화가 온 거야"

선배들에게 늘 깎듯이 하던 녀석이 갑자기 존칭도 생략하면서 B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길래 뭔가 굉장히 억울한 일이 있었나 보다 생각했다. 내가 이유를 묻기도 전에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전화를 받았더니 나보고 일자리를 구하냐고 묻어라고. 그래서 구한다고 그랬지. 저번에 걔..수진이 결혼식 날 피로연 자리에서 내가 이야기 했었거든. 암튼 그렇게 전화가 왔는데 아직도 일자리 구하냐고 그래서 구한다고 했더니 나보고 OO에 넣으라고 하더라고"
"오~ 거기 좋잖아"
"그래, 그러니까. 근데 B가 거기에 아는 사람 있다면서 넣으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B말만 믿고 이력서를 넣었거든. 근데 서류도 안되더라. 졸라 황당하지 않냐? 나 뒤통수 완전 맞았잖아"

순간 벙쪘다. 뭐가 황당하고 뭐가 뒤통수를 맞은 거지? 난 A에게 이야기 했다.

"아쉽네. 됐으면 대박인데. 그래도 그렇게 일자리가 있다고 알려주는 게 어디냐"
"이렇게 서류전형에서 떨어질 거면 뭐하러 알려줘.. 사람 엿먹이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떨어지기 전에 미리 연락을 해서 조치를 취해야지 다 떨어졌는데 무슨 개소리야"
"음.. 떨어지기 전에 연락 못한 건 좀 서운하겠구먼.. 그래도 나라면 일자리 있다고 알려주기만 해도 땡큐겠다. 요즘은 정보의 시대 아니냐, 정보의 시대. 몰라서 못넣는 경우도 있는데.."
"아우.. 넌 몰라. 졸라 빡친다니까. 시발. 뒤통수 제대로 맞았어"

뭐 난 모른다니 더 할 말이 없지. 어차피 안부나 묻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나누려고 만난 놈인데 내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난 친구와 최근에 술쳐먹고 필름 끊어진 상태로 카드 긁은 이야기를 그 친구는 면접보러가서 발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헤어졌다.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A가 B에게 걸었던 기대치가 매우 컸었던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과연 뒤통수 맞았다고 할만한 것인가? 난 아닌 것 같은데. 대화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채용공고를 몰라서 이력서조차 못넣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알려준 것 자체가 고마운 게 아닌가? 물론 이직자리를 구하느라고 뺑이치는 과정이기에 스트레스도 받을 것이고 가능성이 낮은 곳에 지원하는 것이 시간 낭비로 받아드려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판단은 본인의 몫. 본인이 ㅇㅋ해놓고선 결국에 안되니 남 탓 이라니.

이야기를 들어보면 B가 거의 최종합격까지 시켜준다는 식으로 설레발을 쳤다고는 하는데 내가 정확히 A와 B의 통화를 들은 것도 아니고 B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아는 것도 아니니까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막연하게 와닿는 느낌은 A가 좀 오버한 것 같다는 느낌. 실제로 B가 A의 입사에 영향을 미쳐봤자 얼마나 미치겠는가. 사장도 아니고.

뒤통수 맞았다는 표현으로 B의 순수해보였던 의도조차 퇴색되어 버렸다. B가 일자리를 소개시켜준 그 행위 자체는 선의로 행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걸 보면서 그 친구에게는 '앞으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면 안되겠다, 혹은 소개시켜주더라도 불확실성에 대하여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선의로 한 행동들이 안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선의조차 비난 받아야 하나? 타인을 위하여 선의로 행동을 했지만 결과가 안좋아지니 이렇게 욕을 먹는 것을 보고, 또 안좋은 상황으로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남에게 선의로 행동을 할 때도 나도 늘 조심해야겠다고 재차 생각했다.

사는 게 참 피곤하다. 슬프게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는 말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나대지마라




덧글

  • 601n829 2012/03/12 16:35 # 답글

    전에 그 얘기가 '펌'이 아니었군요?
  • 슈3花 2012/03/12 21:52 #

    601n829 // 앗, 들통이 났.. 일부 (펌)입니다ㅠ 적으면서도 눈치를 채실 분이 과연 있을까 싶었는데.. 601n829님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순 없었습니다. 아임 루저 ㅠ
  • 601n829 2012/03/13 00:39 #

    아...정말 '펌'이 아니었던 건가요.....
    아...아...;;;;
  • 슈3花 2012/03/13 01:20 #

    601n829 // 나란 남자, 철없는 남자 ㅠ
  • 2012/03/12 17: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2/03/12 22:00 #

    비공개 // 다 이룬 것처럼 보이는 비공개님께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군요. 사는 건 정말 고민의 연속인 것 같아요. 행복한 고민조차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삶의 기로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의 저는 한 20년은 늙어버린 느낌입니다. 지푸라기는 물론 썩은 동아줄이라도 내려와서 희망이라도 주고 갔으면 좋겠네요.

    우리 힘내요 ㅠ 시밤 ㅠ
  • SCV君 2012/03/12 20:10 # 답글

    "내가 아는사람 있으니 거기 지원하면 좋은 결과 있을꺼야" 하는 식으로 받아들인 모양인데..
    어쨌든 떨어졌다는건 아는사람이 있어도 거기 못갈 만큼 자기 서류 상태가 기준미달이었다는, 뭐 그런 쪽으로는 생각 안하는걸까요;

    으으.. 사실 트위터에 떠도는 ~~남, ~~녀 이야기나 뉴스, 이런 글들 보면 금방 세상이 망해도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너무 극단적이고 일부분만을 확대해석한거겠지만요(..)
  • 슈3花 2012/03/12 22:42 #

    SCV君 // 그러게 말입니다.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남 탓의 전형적인 경우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만약에 제가 그렇게 욕을 먹었다면 엄청나게 억울할 것 같아요 ㅠ
  • 2012/03/12 21: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2/03/12 22:44 #

    비공개 // 우오. 비공개님은 능력자이시군요. 그나저나 그 후배 분은 고마움을 모르시는건가요? 참 안타깝네요. 요즘같은 시기에는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욱 버닝을 해도 모자랄 판국인데요. 수습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살펴보심이 좋으실 것 같네요. 그 후에 저에게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 아, 이건 아니군요ㅎ
  • 0105380 2012/03/13 07:57 # 답글

    B님은 너무 순진하다고 해야할지... 의존적이라고 해야할지...

    저라고 해도 알려준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 슈3花 2012/03/13 17:29 #

    0105380 // B가 아니라 A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ㅎ

    저도 누가 솔깃한 정보 제공해주면 좋겠네요. 아흥 ㅠ
  • 0105380 2012/03/13 23:12 #

    에이요 에이 ㅋㅋㅋ 부끄부끄 ㅋㅋㅋ
  • 슈3花 2012/03/14 11:06 #

    0105380 // A-yo!!
  • 젯슨퐉 2012/03/13 08:38 # 답글

    결국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성취할때 허들을 조금 낮춰줄 순 있어도
    더 높이 뛰게 해주진 못하니까요.
  • 슈3花 2012/03/13 17:19 #

    젯슨퐉 // 우왕 멋진 말씀 감사. 누군가가 제가 넘고 있는 이 허들 좀 낮추어줬으면 좋겠네요ㅠ
  • volplane 2012/03/14 16:11 # 답글

    매번 눈팅만 하다가 슈3花님 때문에(?) 오늘은 계획하고 계획했던 이글루스 가입까지 해서 댓글 남깁니다^^
    늘 좋은글 읽고있습니다^^
  • 슈3花 2012/03/15 16:06 #

    volplane // 우왕ㅠ 주신 덧글 막 감동임ㅠ 막 휴대전화 번호 공개하고 싶어집니다ㅎ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__)(--)

    volplane님께서는 저처럼 똥글 말고 좋은 글 많이 남겨주시길 ^^
  • 야씨발내가꺼져이다 2020/04/04 08:41 # 삭제 답글

    야씨발내가꺼져이다
  • 개새끼야 2020/06/07 07:44 # 삭제

    개새끼야
    개새끼야
    개새끼야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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