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잡담

얼마 전.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가 중간에 택배를 보낼 게 있어서 우체국으로 가는 중이었다. 새로 산 스마트폰을 통해서 오랜만에 라디오 '이현우의 음악앨범'을 듣고 있었다. 이현우 특유의 말투를 흉내내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다소 낯선 무리가 내 앞에 보였다.

'뭐지?'

카메라가 보였다. 방송용 카메라. 방송국에서 나와서 거리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방송'이라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슬쩍 봤더니 갔더니 리포터와 카메라맨 그리고 작가(?)로 구성된 팀이 방송분량 확보를 위하여 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어폰을 꽂고 있었기에 정확히 무엇에 대한 인터뷰인지는 알지 못했고, 또 관심도 없었지만 으레 '리포터 = 미인'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므로 안구 정화를 위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리포터가 남 to the 자.

실망감을 감추고 다시 우체국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누군가가 내 어깨를 덥썩 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카메라는 날 향하고 있었고 리포터는 나에게 잠깐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고 있었다. 나는 끼고 있던 이어폰을 뽑아 정신을 차리고 당면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리포터가 나에게 물었다.

"저기요, 잠깐만 시간 내주실 수 있으세요?"
"아.. 네.. 무슨 일이신지.. 이 카메라는 뭐.."
"아~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고요, 저희 #$%#에서 시민 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잠깐만 응해주세요"
"인터뷰요? 저는 말도 잘 못하고.. 저 방송타는 거 싫어하는데.."
"아, 잠깐이면 돼요, 잠깐이면. 혹시 직장인이세요?"

싫다는 데 리포터는 자꾸 들이대고.. 시끌시끌한 상황이 신기했는지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포함한 우리의 무리를 향하고 있고..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우선 대답을 강요하는 듯한 표정의 리포터를 바라보다가 얼떨결에 답변을 했다.

"네.. 그런데요.."
"아, 그러시구나"

아, 그러시구나?ㅋㅋㅋㅋ 평일 오전 10시 30분.. 이 시간에 정장을 입고 있으면 거의 직장인 아니겠어? 다 알고 타겟을 설정해놓고 저딴 소리를 한다.

"직장인이시면 회사 생활하시면서 힘드신 것 많으시겠어요?"
"아.. 뭐.. 다들 그렇지요."
"회사를 다니시다 보면 좋은 상사 분들도 있고 나쁜 상사 분들도 있으실텐데.. 선생님께서는 어떤 상사를 좋아하세요?"

드디어 리포터가 듣고자 하는 질문, 인터뷰의 요점이 나왔다. 어떤 상사를 좋아하냐고? 잠깐 생각을 해봤다. 당연히 효율적으로 업무를 해서 엄한 삽질같은 거 안시키고, 개인 사생활 존중해주는 상사가 좋지.

하지만 내 머리 속에서는 '갑작스러운 인터뷰에 대한 반감'과 최근 하고 있던 게임 '프리스타일2',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이현우의 음악앨범', 그리고 평소 내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19금 마인드'가 얽히고설키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정상적인 답변 대신 개드립 작렬..

"좋아하는 상사는 복상사임돠~ 촤하~"

..... 순간, 분위기가 쎄.. 몇 초가 흐른 뒤 카메라맨은 '이게 왠 또라이?'라는 표정으로 킥킥거리며 어깨를 들썩거렸고 리포터는 매우 난감한 표정. 난 분위기가 더 어색해지기 전에 '생각을 깊게 안해봐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충 대답을 얼버무린 후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듣고 딱 알만한 방송국이 아니라 신생 방송국 같았는데.. 파이팅 넘치던 분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서 죄송하긴 했지만.. 난 말을 잘 못해서 인터뷰도 싫어하고, 얼굴이 못생겨서 방송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ㅠ 부디 이 자리를 빌어서 인터뷰를 진행하셨던 방송 관계자 분들에게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펌)


덧글

  • 칼라이레 2012/04/18 09:51 # 답글

    음...;;; 복상사...;;;
  • 슈3花 2012/04/18 10:05 #

    칼라이레 // 음... 개드립 반성합니다 ㅠ
  • 칼라이레 2012/04/18 10:06 #

    CJ E&M 계열의 방송사라면 올타꾸나 하고 클립용 영상으로 촬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방송사인지 궁금하네요.
  • 슈3花 2012/04/18 10:14 #

    칼라이레 // 저도 기억을 떠올려봤지만 카메라 옆에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영문 로고가 박혀있었던 것 같아요. 활기찬 분위기에 찬물을 냅다 ㅠ
  • 칼라이레 2012/04/18 10:15 #

    더 심한 경우도 많은데 이겨내야겠지요. 이겨내려고 하겠구요. 워낙 기성 매체들이 품질 떨어진 지 오래라 신생 매체들이 피해를 보는군요. 복상사 이야기 하신 건 조금 실수셨지만 그걸 만연하게 조장한 건 또 기성 매체들이니까요.
  • 슈3花 2012/04/18 10:35 #

    칼라이레 // 불행하게도 저를 초이스한 그들 또한 미스테이크!
  • 칼라이레 2012/04/18 10:36 #

    그렇다고 보통이 복상사를 대답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ㅎㅎ
  • 슈3花 2012/04/18 17:35 #

    칼라이레 // 앞으로는 중간이라도 해야겠군요 ㅠ
  • 크르 2012/04/18 10:00 # 답글

    으앜ㅋㅋ마지막 '펌'이라는 글자가 너무 매력적입니다!
  • 슈3花 2012/04/18 10:05 #

    크르 // 펌이예욧, 펌!!ㅎ
  • 그리고나 2012/04/18 18:16 # 답글

    펌이라니!! 속았다!!!! ㅋㅋㅋㅋㅋㅋ
  • 슈3花 2012/04/19 08:59 #

    그리고나 // 한 번 더 속으셨다!!!!ㅎ
  • 사람해요 2012/04/18 21:23 # 답글

    복상사(PF)
    LV. 45
    주 멘트 : "어잠합니다."
  • 슈3花 2012/04/19 09:01 #

    사람해요 // 부끄러웠던 제 과거를 들추시다니 ㅋㅋㅋㅋㅋ

    프리1 당시 제 주 멘트는 : "ㅈㅅㅇ" 였다능 ㅠ

    프리2에서는 실력파 만렙이라고욧!!ㅋ 워낙 만렙 찍기가 쉽긴 하지만요.
  • 2012/04/19 00:0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2/04/19 09:02 #

    비공개 // 어라? 그럴 수도 있겠네요. 종편인가.. ㅎㄷㄷ 만약에 그렇다고 해도 시청률이 낮아서 다행입니다ㅋ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말씀하신 프로그램 이용에는 능숙치 않습니다. 남들은 사진을 집어 넣으라고 하던데 잘생긴 몰골도 아니고 해서 ㅠ
  • 2012/04/19 09:5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2/04/19 10:29 #

    비공개 // 저는 조카사진을 올려놓을까 생각 중입니다. 요즘 조카 사랑에 푹 빠져있음요 ㅎ

    웹상에서는 늘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싸이할 때는 몰랐는데 사람들 신상털리는 거 보고 ㅎㄷㄷ.

    트위터는 2000명정도 팔로워가 있었는데 광고 같은 팔로워가 많이 생겨서 탈퇴하고 재가입할까 생각중이어요.

    요즘은 페이스북에 푹 빠져있습니다. 재미나요 ㅎ 물론 얼굴이 나오는 사진은 올리지 않습니다.
  • volplane 2012/04/20 02:36 # 답글

    파랑색배경에 흰색글씨...설마...ytn은 아니겠죠;;
    복상사가 근데 그복상사맞죠??;;.....

    무튼...그래도 인터뷰멋스럽게 하시지...이왕 티비전파타시는거면~
  • 슈3花 2012/04/20 09:15 #

    volplane // 설마요... 돌발영상에 나오고 마나요?!!
    그.. 복상사 맞습니다.

    제가 말빨이 후달려서 인터뷰라고 하면.. 게다가 남에게 보여진다고 하면 버..버벅 ㅠ
  • 에라이 2012/04/23 01:42 # 답글

    (펌)!!!!! 이럴 수가...
  • 슈3花 2012/04/23 09:54 #

    에라이 // 펌!!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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