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민간인 중에서 제일 예뻤던 그녀 잡담

지금은 연락이 되진 않지만 자신이 늘 태연을 닮았다고 주장하던 여자 후배가 한 명 있었다. 입대 하기 전부터 후배를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친해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거리가 가깝진 않았다. 그 후배와는 군대에 다녀온 이후에 급속히 친해졌다. 어떠한 계기로 함께 술을 마시게 된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종종 보면서 나의 시덥지 않은 농담에도 그 후배는 크게 웃어줬고 나 역시 그런 후배가 나쁘지 않았다.

난 그 후배를 만날 때 내 친구들을 불러내어 같이 술을 마셨고, 가끔은 그녀가 자신의 친구도 데리고 나와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다. 내 친구들도 그 후배를 알고 있었고, 그 후배의 친구들도 나를 알게 되어 우리는 두루두루 친한 사이로 발전하였다. 그렇게 자주 만나다 보면 그 후배와 나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싹틀만도 한데 서로의 관계가 틀어질까봐 그랬는지 의외로 오빠 동생처럼 즐겁게 지냈다.

하지만 그녀가 편입을 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그 후배와 나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고 각자 생활을 하다 보니 거리는 차츰 더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그 후배는 내 삶에서 잊혀진 존재였다.

2~3년 지났나?

민족의 대명절.. 추석 때였다. 명절이니 고향에 내려가 오랜만에 친구들을 불러내어 술을 마셨다. 친구 중 한 명이 그 후배의 고향이 내가 사는 고향과 같지 않냐며 그 후배도 고향에 내려와 있을 거라고 했다. 친구들은 그 후배에게 연락을 한 번 취해보라고 자꾸만 권하였다. 친구들의 등쌀에 못이겨 나는 휴대전화를 들어 후배에게 전화를 하였다. 오랜만에 하는 전화라 얼척 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키진 않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내심 후배의 안부가 궁금한 마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연락을 안한지 오래되어 연락처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내 번호를 삭제했을 수도 있는데..

신호가 20초 정도 흘렀을까? 전화를 받았다.

"꺄~~ 오빠! 완전 오랜만이야."
"어라?ㅋ 너 내 전화 번호 안지우고 있었구나?"
"크크크 당연하지. 왜 연락 한 번 없었어?"
"나야 뭐 사는 게 바빠서. 나 원래 정신없잖냐ㅋㅋㅋ 너 지금 어디냐?"
"나? 추석이라서 고향 내려왔지. 오빠도 지금 고향 내려왔어?"
"엉. 친구들이랑 집근처에서 술 마시고 있어."
"어? 나도 친구랑 술마시고 있는데ㅋㅋㅋㅋㅋ 합칠까?"
"합치자고?"

의외의 제안이었다.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먼저 꺼내주다니. 수월하게 일이 풀리는 느낌이다. 전화를 듣고 있던 친구들의 눈치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수락하라는 간곡한 표정이었다.

"음.. 그래, 합치자. 너랑 너 친구 둘이서 있는 거지? 우리가 4명이니까 니가 이쪽으로 와. 도착 전에 미리 연락 주고."
"알았어, 우선 친구한테 물어보고 다시 연락할게. 그리고 나 오빠들 있는 곳 아니까 내가 알아서 찾아갈게."

내일은 차례 준비를 해야 하므로 술을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건 대략 난감한 상황. 오랜만에 만났으니 회포를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술도 좋아하는 후배인데. 친구들은 고추밭이던 술자리에 늘 보던 후배지만 여자가 함께한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들떠 있었다. 게다가 후배 친구도 온다고 하니, 뭐.

잠시 후 친구의 의사를 확인한 다음에 연락을 주겠다던 후배가 술집에 냉큼 입장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두리번거리며 나와 내 일행 무리를 찾더라. 사실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후배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 후배와 함께 온다던 친구도 궁금했기 때문에 술집 입구에서 사람이 들락날락 거릴 때마다 시선을 돌렸으므로 그녀의 입장하여 우리 일행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이~ 여기~!!"
"꺄~ 오빠!!!"

주위의 시선은 의식도 하지 않고 반가운 외침과 함께 환하게 웃는 후배. 그리고 그 뒤에 모자를 눌러쓴 채 수줍게 인사를 하는 후배의 친구. 우선 후배와 '반갑구나~ 반가워~'를 연신 내뱉으며 그간 근황을 물었다. 현재 이름을 들어 본 대기업에서 재직중이고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고. 맞다, 정말 똑부러진 녀석이었다. 하지만 부러움도 잠시, 개드립 작렬.

"(음흉한 미소와 함께) 자~취~를 한~다~고?"
"아오~ 오빠! 혼자 하는 거 아니라 친구랑 같이 하고 있어!ㅋ 오빠는 변한 게 없어 ㅋㅋㅋ 똑같네"
"그냥 재확인 한 거야~ㅋ 근데 같이 온 친구는 내가 한 번도 못 뵌 분 같은데?"
"아, 맞다! 오빠들도 처음보지? 내 고등학교 친구야. 미국에 있다가 이번에 한국에 왔어, 오빠들한테 인사 좀 해"

후배의 친구는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잠깐 마주친 그녀를 보고 있자니 궁극의 아름다움이 엿보인다. 소두라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평균보다는 작은 두형, 모자 밑으로 보이는 크고 짙은 검정색의 눈과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쌍꺼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매끈한 콧날, 수줍은 듯 포개어진 입술, 살짝 올라간 듯한 입꼬리와 그다지 진하지 않은 입술색. 너무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었다. 김태희의 민간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제가 본 최고의 외모 종결자, 진짜 끝판왕이었다.

여자들과 있을 때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보이며 나대는 스타일인 나였지만 그녀의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에 압도되어 괜히 위축되었다. 그래도 그녀가 불편해 할 것 같아 나름 너스레를 떨며 질문을 해댔다.

"와, 진짜 예쁘시네요, 야, 넌 왜 이런 예쁜 친구 지금 보여준 거야?"

후배는 '이 오빠 또 이런다'는 식으로 넘겨버렸지만 난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진짜 예뻤다.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고 싶었지만 다른 부류의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저렇게 예쁜 여자와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성격도 좋았다. 재미있는 농담에는 섬섬옥수로 손뼉을 치며 까르륵 하다가도 시덥잖은 개드립에는 '에이~'라며 분위기를 잘 맞춰주었다. 하지만 거의 다 웃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고, 자신이 말할 기회가 오면 차분히 이야기를 해서 청중의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그녀의 외모는 나에게 커다란 벽을 만들었지만, 그녀의 성격은 그 벽을 허물게 해주었다. 처음에 조심스러웠던 나였지만 함께 술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게임도 하고, 개드립도 날리고 하니 그녀도 그냥 평범한 -그렇지만 졸라 예쁜- 여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는 업되고 한창 신난 우리 일행은 오랜만에 노래주점에 가기로 했다. 술이 충분히 오른 나는 '이미지 관리고 뭐고, 에라 모르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정줄 놓고 신나게 달렸다. 나의 저질스러운 골반 놀림, 앞뒤좌우 동서남북 찔러대는 디스코 풍의 손놀림, 임하룡의 다이아몬드 스텝과 RATM을 들으면서 할 법한 헤드뱅잉 등을 보고도 전혀 놀라움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슬아슬한 허리 놀림과 함께 어깨로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그녀. 신나는 분위기가 쭈욱 이어졌는데 그 분위기에 맞춰 에코의 '행복한 나를'이나 보보의 '늦은 후회'같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타샤니의 '경고', 이효리의 '10 minutes' 등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

노래주점에서 연거푸 마신 맥주 때문에 신나게 놀다가 순간 정신을 잃은 나.

정신을 차리니 아침. 몸을 일으키려는데 두통과 복통이 몸을 붙잡는다. 전화기를 찾았다. 어제 함께한 친구 3명 모두에게 전화를 하여 기억이 사라진 이후의 정황을 확인하였다.

"야, 너 아주 어제 그냥~ 어휴~"

"이제 일어났냐? 어이구 잘한다, 잘해."

"아오 이 또라이 새끼!! ㅋㅋㅋ"

뭐지? 이 일관된 반응은? 걱정이 되어 자꾸 추궁을 하니 점심에 해장도 할 겸 다들 만나자고 한다. 다음 날이 추석 당일이라 제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부모님께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오후 1시 정도가 되어 친구들이 집 주변 설렁탕을 파는 식당에 모였다. 난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물었다.

"야, 나 어제 어떻게 된 거야?"
"니 어제 기억 나냐?"
"아니ㅠ 돌겠네.. 속이 너무 안좋아. 머리는 좀 괜찮아진 것 같고.."
"니 어제 니 후배 친구 기억나지?"
"응. 졸라 예쁘지 않디?"

어제의 정황을 물으려다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그녀를 예쁘게 봤는지가 궁금해서 질문을 던졌다.

"오. 진짜 졸라 예쁘더라. 니 후배는 왜 이제야 그런 예쁜 애를 소개시켜준 거야? 아놔, 내가 여친만 없었어도 들이대는데.. 아오.. 근데 너 어제 걔랑 춤춘 거 기억 나냐?"
".... 당연히 기억나지? 나 개지랄하면서 춤췄잖아."
"아유~ 병신아, 그거 말고. 둘이서 춤 춘 거"
"둘. 이. 서?"

아, 뭐지? 둘이서 춤을 췄다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 헉! 맞다. 어제 그녀를 붙잡고 신입생 때 실컸줬던 도리도리 테크노 댄스를 췄었다! 그것도 그녀의 머리와 어깨를 붙잡고!

"아, 시발.. 좆됐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근데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더 가관이다.

"그건 그렇고 어제 너가 걔 붙잡고 테크노 추니까 걔도 같이 추던데? ㅋㅋㅋ 졸라 웃겼어. 걔도 취한 것 같던데 ㅋㅋ"
"아놔 미치겠네. 후배한테 전화해서 걔한테 어제 미안했다고 전해야겠네."
"그럴 필요 없어. 어제 주점 나오면서 오늘 또 만나서 술먹기로 했거든 ㅋ 이새끼 진짜 기억 못하네 ㅋㅋ"
"뭐? 오늘 또 만나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고?"

대화가 이어지려는 찰나 사람 수대로 시킨 설렁탕이 나와 대화는 중단 되었다. 친구들은 식사 중에도 연신 그녀의 외모에 대한 칭찬 일색 뿐. 난 그들의 칭찬에 공감을 하다가도.. 오늘 저녁에 그녀를 만나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식사 후 친구들과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2번 정도 리필하며 노가리를 깠다. 그리고 친구 중 한 명이 PC방에 가자고 제안하여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였다. PC방에서 나오니 어느새 어둑어둑. 저녁을 대충 해결하고는 다시 술자리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술잔을 막 기울이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후배였다.

-계속-

(펌)



아, 졸라 길어질 것 같고 자꾸 그 때가 떠올라서 나중에 추가ㅠ

덧글

  • 사람해요 2012/05/26 09:45 # 답글

    (펌)ㅋ
  • 슈3花 2012/05/27 09:20 #

    사람해요 // 제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향후 스토리가 좀 막장이라ㅠ
  • 김강 2012/05/26 12:28 # 답글

    술이 충분히 오른 나는 '이미지 관리고 뭐고, 에라 모르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정줄 놓고 신나게 달렸다. 나의 저질스러운 골반 놀림, 앞뒤좌우 동서남북 찔러대는 디스코 풍의 손놀림, 임하룡의 다이아몬드 스텝과 RATM을 들으면서 할 법한 헤드뱅잉 등을 보고 -------> 이 부분에서 이미 이 글의 결말이 조심스레 예측이 됩니다만..
  • 슈3花 2012/05/27 09:23 #

    김강 // 굉장한 예지 능력을 갖고 계시는군요ㅎ
  • 601n829 2012/05/26 17:52 # 답글

    이번엔 진짜 (펌)이라고 믿고..;;;
  • 슈3花 2012/05/27 09:23 #

    601n829 // 펌하니 미용실이 생각나네요ㅎ
  • 0105380 2012/05/28 16:21 # 답글

    이런 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슈3花 2012/05/28 22:57 #

    0105380 // 수줍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2/05/28 22: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슈3花 2012/05/28 22:57 #

    비공개 //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예뻤습니다. 지금도 예쁠 거예요, 아마.
  • 제트 리 2012/06/11 22:36 # 답글

    오호 이러한 러브 스토리를 공개하다니 감사합니다 *.*
  • 슈3花 2012/06/13 11:36 #

    제트 리 // (펌)이라구욧!!ㅎ
  • 제트 리 2012/06/13 13:13 #

    그렇군요 ^^ 너무 리얼한 바람에 ^^
  • 슈3花 2012/06/13 13:45 #

    제트 리 // 하지만 말씀대로 '리얼'입니다?! 진실은 어디에?ㅋ
  • best onlin 2014/08/09 17:04 # 삭제 답글

    전쟁 의 법률에 따라 민간은 자신의 나라의 군대 나 무장 세력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이다. 민간인 전투원는 다릅니다. 그들은 비 전투원으로 간주하고 전쟁과 군사 점령의 영향으로부터 법적 보호의 정도를 여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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