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입구] 돈뼈락 연탄갈비 잡담


지난 금요일 친구를 만났다. 주말이면 늘 여친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녀석이었는데 여친이 잠시 일이 생겨서 못보게 되었나보다. 금-토-일. 난 2박 3일 코스로 친구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부터 마신 술이 잘 깨지 않아 토요일 오후까지 정신을 못 차린 채로 친구 자취방에서 시체처럼 쓰러져 있었다.

장마라는 기상청의 예보만 생각하고 주말에 야구경기를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LG와 SK의 경기는 진행되는 게 아닌가? 나와 같은 팀을 응원하는 LG팬인 친구와 함께 박수를 쳐가며 응원을 했다. 경기는 8:1로 LG의 대승. 6연패 뒤의 LG의 승리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꿀같던 승리를 자축하고자 친구와 축배를 들기로 하였다. 사실 경기를 졌어도 졌다고 술을 먹었을 듯.

고기가 먹고 싶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자신이 맛있게 먹었던 고기집이 있다며 나를 그쪽으로 인도하였다. 택시를 잡아 탔다. 서울대입구역으로 가달라는 친구. 평소에 내가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걸 알아서 그랬는지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잖다.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하니 친구가 잠깐 낯설어 한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이내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를 검색하였다. 참 편리한 세상. 하지만 편리한만큼 머리가 나빠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검색을 다 마치기도 전에 친구녀석은 8번출구 쪽이었다며 그쪽으로 향했다. 난 헛걸음을 하기 싫어 신호등에 대기하면서 마저 확인을 하였는데, 8번출구쪽이 맞더라.

암튼, 친구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돈뼈락 연탄갈비'라는 곳. 친구녀셕이 예전에 업무 때문에 한 번 방문해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엄청나게 맛있었다고. '맛있었다'는 친구의 말에 '포스팅'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폰카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친구가 안하던 짓을 한다며 좀 경계하는 눈치였으나 개의치 않고 삐릭~삐릭~ 사진을 찍었다.


고시원을 찍은 사진이 아니라능 ㅠ




입구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평일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하던데.. 하긴 주말에다가 늦은 시간이기도 했으니까..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아주 심플하다.


'다른 거 쳐먹을 거면 다른 곳에 가'라는 포스를 보여주는 듯한 메뉴판




자리를 잡고 우선 돼지고기 2인분과 소주 1병을 시켰다. 예전에 여자친구와 돼지갈비 먹으러 가서 두 명이서 5인분에 공기밥 5인분 먹었던 걸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자라면 또 시키면 되니까.


연탄의 열정적인 애무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불판




잠시 기다리니 기본 상차림이 나온다. 고추&마늘, 김치, 쌈장, 상추, 부추가 전부였다. 부추 앞접시를 한 사람 당 한 개씩 줬는데.. 이게 좀 인상적이었다. 약간 짭쪼름한 부추였는데 고기와 함께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추가 정력에 그렇게 좋다는데.. 고추달린 두 놈이서 부추를 잔뜩 먹어버리면 넘치는 에너지를 어디에 쓰란 말인가.


아이 러브 정력.. 아니 부추




부추와 정력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기가 좀 늦게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물어보니 초벌구이를 해서 가져다 준다고. 사실 초벌구이를 해주면 참 편한 게 고기를 덜 태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기를 굽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후딱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긴 하다. 내가 고기 굽는 장인도 아니고.. 아무래도 전문가가 구워주는 게 좋긴 하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고 안마 받으러 가면 그 안마방의 룰을 따라야....


흠뻑 달아오른 불판과 질펀한 관계를 하며 익고 있는 돼지갈비




나는 2인분이다




연탄불에 익어가고 있는 고기를 먹을 생각에 혈안이 되어 있는데 느닷없이 친구가 밥을 먹을 건지 물어본다. 밥. 밥밥 디라라 다리라 리리 라라.. 난 그 때 우리가 지금 먹는 이 식사가 저녁식사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래, 밥을 먹어야지, 밥을. 익어가는 돼지갈비들을 보니 밥과 같이 먹으면 더욱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난 돼지갈비를 먹을 때 밥과 같이 먹곤 한다. 그렇게 먹을 때는 대부분 양념돼지갈비일 경우이긴 하지만. 암튼 친구 따라 큰 고민없이 밥도 시켰다.


섹스 가는 곳에 콘돔 함께 하듯 밥 가는 곳에 된장국 함께 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된장국은 약간 밍밍한 느낌이 나서 고추를 썰어 넣었다. 난 그냥 먹을만 했는데 친구가 고추에 분노의 가위질을 하더니 된장국 안으로 투척. 근데 적으면서 보니 '고추에 분노의 가위질을 했다..'는 표현은 내가 적었지만 좀 잔인하고 섬뜩한 표현인 듯.

연탄 특유의 향이 고기에 배어 있고,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의 육질도 좋았다. 생각대로 부추의 짭쪼름함과 알싸함이 돼지갈비와 어울리며 내 아밀라아제를 지속적으로 생산시켰고, 이러한 복잡한 것들이 내 아가리 안에서 얽히고설키면서 거침없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공허해진 불판을 보고 있자니 우리를 위해 숭고하게 죽어간 돼지가 생각나..




기는 개뿔.

건장한 남자에게 고기 1인분씩은 당연히 모자란다. 돼지갈비 2인분을 순식간에 후딱 해치운 우리는 아주머니에게 푸쳐핸접하며 고기를 추가하였다. I say 2인분, U say 추가요! 2인분, 추가요! 2인분, 추가요! 그렇게 아주머니와의 소통을 마무리 하고 다시 고기 흡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잠깐 고기를 기다리는 사이 여자 후배에게 전화가 와서 잠깐 설레기도 했지만 그건 한낱 어장관리일 뿐. 현실감각이 다시 또렷해지자 나의 성욕, 아니 식욕을 채워줄 수 있는 고기만을 기다렸다.


옛다, 2인분 또 쳐먹어라




고기를 기다리면서 배가 좀 차올랐는지 이제 막 등장한 이 돼지갈비는 술안주로 먹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를 잔에 꽉꽉 채워넣고 '원샷 들이키고 고기 한 점 먹고'를 하다보니 어느새 고기가 다 사라져버렸다. 친구에게 난 "어? 고기가 어디갔지?"라며 테이블 밑을 뒤적거리는 코미디 1번지 개그를 선보였으나 엄청난 비난이 돌아왔다. 원 ~녀석도 참, 웃긴 거 억지로 참기는.

고기를 다 먹고나니 역시나 술을 마신 게 아니라 밥을 먹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 우리 원래의 목적은 LG의 승리를 축하하고자 했던 축배의 자리 아닌가? 이미 소주를 4병 정도 마셨지만 술을 더 마셔야할 것 같아서 껍데기를 1인분 시켰다. 사실 껍데기의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워낙 둘이서 돼지껍데기를 좋아하니까..


'껍데기는 가...긴 어딜 가, 나에게 오라' 라는 시를 한 편 쓰고 싶을 지경




으윽.. 껍데기 맛있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쫀득쫀득하고 씹을수록 퍼지는 껍데기에 베어 있던 양념소스의 그 맛은 소주 안주로는 가히 최고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양념으로 나오는 콩가루도 고소해서 껍데기와 아주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원샷 들이키고 껍데기 한 점'을 하다가 급격히 차오르는 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껍데기를 약간 남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계산서를 집었지만 계산서가 조금 더 가까이 있었던 내가 덥썩 계산서를 잡았다. 어제 친구놈이 비싼 술값을 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내는 것이 마땅하긴 했다. 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자리에는 비용이 얼마가 나와도 전혀 아깝지 않다. 하지만 도대체 왜 이 친구와 간단히 식사와 술을 먹기만 하면 1차에서 6만원 이상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돈도 없는 것들이ㅋ

돈뼈락 연탄갈비.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돼지갈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맛은 성적취향만큼이나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구한테 권유하기는 좀 그렇고, 나는 앞으로 좀 자주 찾아갈 것 같다. 내가 양이 줄었나? 아니면 생각보다 양이 많았나? 다음에 나를 포함한 2명이서 이곳을 다시 방문한다면 돼지갈비 3인분, 공기밥 한 공기, 껍데기 1인분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소주는 조금 더 마시고.


찾아보면 다 나오지만 난 친절한 남자니까 지도 첨부(클릭하면 발기)




술도 좀 취하고 배도 든든한 것이.. 기분좋게 식당을 나와 택시를 잡아 탔다. '올 때는 내가 택시비 냈으니까 갈 때는 니가 내!'라며 택시비를 친구에게 부담시켰다. 친구의 자취방으로 다시 향하는 동안 친구가 아쉽다며 어디라도 가서 술을 더 마시자고 했다. 친구 녀석에게는 부추가 좆 아니 몸에 잘 맞았나 보다. 난 배가 너무 불렀기에 싫다고 거절했고 그냥 집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잠든 사이에 친구놈은 어딘가를 다녀왔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서 맛집을 알려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음날 삼선짬뽕도 잘 먹었다.





덧글

  • 레드피쉬 2012/07/02 17:47 # 답글

    ㅎ여기가 제가 얼마전 포스팅만 우성갈비랑 관련있는곳이군요ㅎㅎ스타일도 비슷하네여ㅎ

    우성갈비는 맛있게 먹엇는데 여기도 비슷하겠죠?
  • 슈3花 2012/07/02 17:49 #

    레드피쉬 // 사실 레드피쉬님의 '우성갈비' 포스팅이 큰 작용을 하기도 했습니다 ㅋ 저는 삽겹살을 먹어도 상관없었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하긴 했지만요. 고기가 썰어져 나온다는 거 빼고는 레드피쉬님께서 포스팅하셨던 우성갈비와 비슷해욧!!

    저는 참 맛있게 먹었어요 ㅎ
  • 레드피쉬 2012/07/03 15:13 #

    실제로 친척분이 운영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ㅎㅎㅎ
  • 슈3花 2012/07/03 15:19 #

    레드피쉬 // 읭???ㅋㅋㅋ 정말요??ㅋㅋㅋㅋ 놀랍네요 ㅎㅎㅎㅎㅎ
  • 레드피쉬 2012/07/03 16:09 #

    원래는 돈뼈락도 이름이 우성갈비였던걸로 압니다ㅎㅎㅎ
  • 슈3花 2012/07/03 16:43 #

    레드피쉬 // 반전의 반전!!! 놀라움에 놀라움!!!
  • 레드피쉬 2012/07/03 17:03 #

    마지막 반전은 제가 지어낸 이야기?

    아쉽게도 진짜예여 ㅎㅎㅎ
  • 슈3花 2012/07/03 17:06 #

    레드피쉬 // ㅋㅋㅋㅋㅋㅋㅋ 저를 아주 들었다가 놨다가 하시는군요!! 우측 '최근 덧글'에 '지어낸 이야기'만 보고 민망해서 재빨리 클릭해서 굴욕담을 남기려고 했는데!! 또 반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레드피쉬 2012/07/03 17:09 #

    낚시질좀 해볼랬는데 어릴때부터 먹는걸로 장난치지말라고 배워서 ㅎㅎㅎ

    본의아니게 낚시질이 됐네요ㅎㅎㅎ
  • 슈3花 2012/07/04 08:59 #

    레드피쉬 // 떡밥이 너무 좋았습니다. 파닥파닥ㅋ
  • 크르 2012/07/02 20:44 # 답글

    우와- 진짜 맛있어 보이네요ㅎㅎㅎㅎㅎ 왜 제 집 주변에는 고기 맛집도 없는지!! 그냥 프랜차이즈 고깃집이나 들어가서 대충 배만 채우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딱 드는 포스팅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서울대 입구역은 부천에서 좀 멀긴 하지만....ㅎㅎㅎㅎ
  • 슈3花 2012/07/02 22:55 #

    크르 // 프랜차이즈 고깃집도 맛있으면 장땡 아닌가요?ㅎ 저는 돈이 없어서 못 먹어요 ㅠ

    저도 서울대입구역은 집이랑 조금은 먼 편입니다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재방문할 예정입니다.
  • 0105380 2012/07/02 23:15 # 답글

    아아!!!!! 껍데기!!! 아아!!!!!

    방문할래요
  • 슈3花 2012/07/02 23:48 #

    0105380 // 껍데기 진짜 맛나용ㅎ 느낌표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네요ㅋ

    가서 뵈요ㅋㅋ
  • 그리고나 2012/07/04 19:29 # 답글

    서울대입구역쪽은 주요 방문처가 아니라서 어쩌다 한번 가지만....가게되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네요.

    강렬한 포스의 메뉴판 인상에 남습니다 ㅋㅋ
  • 슈3花 2012/07/06 00:00 #

    그리고나 // 저도 좀 먼 편이에요. 그 동네는 가끔 가긴 하지만 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아 껍데기도 생각나네요 ㅋ
  • 에라이 2012/07/05 21:13 # 답글

    오 쩝니다

    서울대입구면 가깝기도 하고...거기가 제 고향이기도 하고...하지만 비싸네요...ㅠㅠ
  • 슈3花 2012/07/06 00:00 #

    에라이 // 오옷! 그쪽에 사시는군욧! 비싼만큼 값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역시나 부담스러운 가격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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