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올드 힙합 키드(Too Old Hiphop Kid)' 시사회를 다녀와서 잡담

재정적으로 궁핍해지고 있지만 뭔가 문화생활은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입하게 된 '위드 블로그'(위드 블로그는 예전에 이글루스에서 했던 '렛츠리뷰'와 비슷한 개념으로, 위드 블로그 측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에 신청을 하고 당첨이 되면 경험 후 블로그에 리뷰를 남기게 하는 시스템임).

사실 음반이나 받아보고 감상을 남겨볼까 생각해서 가입을 했었는데.. 보던 중에 영화 [투 올드 힙합 키드(Too Old Hiphop Kid)]의 시사회 초대 신청을 받길래 냅다 신청했다. 경쟁자가 많지 않아서 그랬는지 당첨!! 사실 신청자 22명 중에 20명이 당첨되는 것이었으니.. 뭐 당연히 당첨될 거라고 생각했다. 후훗.



너 이제 리뷰 써야 함



내 생애 첫 시사회. 시사회 시간은 9월 10일 오후 8시. 장소는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인디 스페이스. 시사회 시작 20분 전까지 도착하라는 안내 메일을 받았기에 정시에 도착하는 건 아니다 싶어서 미리 출발했다. 그리고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사진도 좀 찍고 그래야 하니까. Daum지도 어플을 이용해 장소를 검색하니 '서울역사문화박물관(서울 경교장)'과 매우 가깝다. 마음만은 특별시인 나는 바로 가는 버스가 있음을 확인하고 버스를 타고 인디 스페이스로 향했다.



간선버스 270 타고 이동 중



영화에 '투게더 브라더스(Together Brothers)'가 나온다는 정보를 접했기에 그들의 첫번째 정규 음반인 [Radio Station]을 들으며 시사회장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의 EP음반인 [청춘의 소리]를 들으면서 올 걸 그랬다ㅠ)

서울역사문화박물관 정류장 앞에서 하차하여 다시 지도를 보니 인디 스페이스는 해당 정류장 바로 옆이다. 마음만 특별시이기에 본능적으로 촌놈스킬 시전. 두리번 거리면서 인디 스페이스를 찾았다. 지도를 보면서 버스의 진행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10m 정도 내려가서 좌회전을 하니 '가든 스페이스(Garden Space)'가 보인다.


가든 스페이스의 위엄



그 앞에서 여전히 두리번 두리번. 하지만 왠저 이 건물에서 영화를 할 것 같은 아우라를 풍긴다. 그래서 냅다 건물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반갑게 나에게 인사하고 있는 안내 표시.



촌놈 주제에 잘 찾아왔구나



시계를 보니 영화 시작 30분 전. 상영관은 2층인데 1층에는 이미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더라. 정장 차림의 남남커플도 보였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히 여여커플.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녀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가 개드립을 날리며 꼽사리 끼고 싶었지만 찌질한 나를 거절할 것이 분명하였기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2층 상영관으로 돌렸다.



2층 올라가는 계단에서 나를 반기고 있는 [투 올드 힙합 키드] 포스터 : 9월 13일 개봉



2층에 들어서니 2층에도 이미 사람들이 도착해 있다. 표를 끊는 곳이 있길래 거기로 갔더니 사람이 없다. 멍때리고 있다가 몸을 돌려 뒤를 확인하니 어여쁜 여성 두 분이서 따로 자리를 마련하여 표 발매를 도와주고 있었다.

"저.. 시사회 보러 왔는데요.."
"어디서 당첨 되셨나요?"
"위드 블로그요"
"네.. 성함이?"
"OOO요"
"아.. 여기.. 두 장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다. 두 장이다. 1인 2매로 시사회 초대권이 발매된 것이다. 2매인 걸 알았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었기에 혼자서 방문을 한 것이다ㅠ 사람은 한 명인데 표는 두 장. 뭔가 허전한 느낌.


표는 2장 사람은 1명ㅠ



표를 끊어주시는 두 여성 분이 아름다워 입맞ㅊ.. 아니 눈맞춤도 제대로 못하고 표만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고 빈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처음 방문하는 곳이라 어색했다. 하지만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신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발광하고 있는 인디 스페이스



내 키보다 훨씬 큰 포스터 현수막



좌석 배치도



'후기를 쳐 갈겨라 이것들아'라는 포스를 풍기고 있는 칠판



날 혼란케 했던 티켓 박스



인디 스페이스.. 독립영화 전문 상영관이구나. 앞으로 자주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내부가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정여사ver). 바깥으로 나와서 바람을 좀 쐬었다. 1층의 어여쁜 여여커플을 보고 흐뭇해 있다가 고딩으로 추정되는 남녀커플을 보고 질투를 내다가도 남남커플을 보며 위안을 받길 반복하다가 영화가 시작될 것 같아서 다시 상영관으로 올라갔다.


1층에서 득했던 팸플릿



뒷면


잠시 대기하니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시계를 보니 영화 시작 10분 전. 곧 영화가 시작될 것이었므로 사람들이 2층에 모두 올라온 것이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금새 북적북적


입장 시작. 어차피 지정석이므로 일찍 들어가봤자 좋을 것도 없을 것 같아 입장열 후미에 섰다.

드디어 입장.


상영관 내부


앞좌석을 보니 인디 스페이스에서 상영되었던 영화로 추정되는 영화 제목들이 붙어있었다. 나는 간지나게도 '워낭소리'. 훗ㅋ


아 음메에요


자리에 앉아서 휴대전화를 끄고 다소곳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귀여운 인디 스페이스 광고가 한 편 나오더니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 내용]

(스포있음)


투 올드 힙합 키드(Too Old Hiphop Kid), 2011



[투 올드 힙합 키드]는 한 때 래퍼를 꿈꿨던 영화감독이 자신이 예전에 몸 담았던 크루(Crew)인 'T.R.F'의 구성원들을 찾아가 현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형식의 영화이다. 각 멤버별로 그들의 삶을 보여주며 꿈과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누군가는 그들이 꿈꿨던 래퍼로서의 삶을 살고 있고, 누군가는 그들이 꿈꿨던 래퍼가 되기 위한 삶을 살고 있고, 누군가는 그들이 꿈꿨던 래퍼의 꿈을 접고 살고 있고, 누군가는 그들이 꿈꿨던 래퍼로서의 태도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래퍼라는 하나의 꿈을 꿨던 집단 구성원의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왜 꿈을 실현하고, 꿈을 꾸고, 꿈을 접고, 꿈을 대체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인터뷰와 일련의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사실 영화 내용이라던가 정보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 있다. 링크로 대신한다.

홈페이지 링크 : http://blog.naver.com/hiphop_kid
페이스북 링크 : http://www.facebook.com/hiphopkid2012


[영화 감상]

힙합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이 영화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래서 재미있게 봤다. 그렇다고 힙합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더라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건 'DJ Shinin' Stone'의 재발견. 앞으로 행보를 지켜보겠다.

아쉬웠던 건 뭔가 똥줄타게 하는 그런 긴박감 같은 게 없었다는 것. 너무 자극적인 것에 맛들려서 그런가? 그리고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초반에 손발이 좀 오그라들 수 있다는 것ㅋ 그 정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좀 정리해보자면..

음..

이 영화의 주제는 꿈과 현실, 안정과 불안정, 평범한 삶과 평범하지 않은 삶.. 그리고 고민과 선택. 크게는 이렇게 구분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주제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꿈을 이룬 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꿈을 이룬 삶은 행복한 것인가?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들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과연 내가 꿈꾸는 삶은 무엇이고, 과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결국 지금까지의 내 삶은 어땠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근데 내 삶은 어땠지?

영화를 보는 내내.. 부끄럽지만 나도 래퍼를 꿈꾼 적이 있었기에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제이제이케이(JJK)가 말했듯이 남자라면 누구나 음악 한다고 깝친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 짐을 다 싸들고 랩을 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도 했었고, 프리모 비트에 헤드셋으로 녹음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꿈을 접었다. 실력은 고사하고 용기가 없었다. 모든 것을 등지고 부산으로 내려갈 용기, 만들어낸 결과물을 남들에게 보여줄 용기 등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다른 래퍼들이 이루어가는 걸 보면서 '쳇,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오만한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 뭔가 실천하진 않으면서 '나도 무대에 서고 싶은데'라는 막연한 꿈을 꾸기도 했고.

그러나 내가 현실에서 안정적인 삶을 도모하고 있을 때 지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래퍼들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확신을 갖고 열심히 밀어붙였다. 일부는 망했지만 무대에 오르고 있는 그들은 흥했고 그들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난 그들보다 불행하다고 할 순 없다. 난 내가 처한 상황에서 행복하고 또 더 행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의 감독이 마이크 대신 카메라를 잡았듯이 나도 마찬가지로 내 위치에서 행복한 삶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특별해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무대에서 랩을 하고 있는 래퍼도 힙합이고, 무대 아래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관객도 힙합이다. 그 둘은 공생하는 관계. 누가 더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삶이라고 해서 그 삶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도 그 삶은 불행한 게 아니다. 이런 자위 마인드는 사람을 발전시키지 못하지만 적어도 지난 삶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진 않게 한다. 그래서 난 내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불행하다고 생각진 않으려 한다.

나는 영화에 나오는 정대건 감독의 어머님이 말씀하신 기성세대가 원하는 그런 방향으로 삶을 살았고, 또 더 나은 안정을 찾아 노력 중이다. 살면서 느낀 건 남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삶을 살아 간다고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치열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때로는 엄청난 시련도 함께 한다는 것.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너가 하고 싶은 것 해!'라는 건 지금의 나에게는 어찌보면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말이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전에, 혹은 책임져야 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이 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선택은 당신의 마음대로, 어떠한 선택을 한다고 해도 무가치한 삶은 없을테니까.


개소리 ㅈㅅ



영화를 다 보고 바깥으로 나오니 정대건 감독님이 바깥에서 관객들을 맞이해주셨다. 사실은 관객들이 앉아 있으면 감독님이 극장 안으로 들어와서 관객 분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갖으려고 하셨는데 운영 미숙 탓인지 이미 관객들이 다 나온 상태에서 이 사실을 알아버렸다.


니들 왜 먼저 나왔냐



관객 분들에게 입소문 홍보도 하시면서 '보신 그대로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에이~ 그런 거 아니면서ㅎ'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힙합이라는ㅋ


여성 팬들의 집중



사인 중이신 감독님



관객들과 함께 간단히 맥주도 한잔 하시면서 말씀을 나누고 싶으시다면서 사람을 모집하셨는데.. 난 혼자이고, 그런 자리에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아쉽지만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나와서 사진 찰칵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싶어서 차도남인양 인디 스페이스에서 광화문까지 걸었다.


걷다보니 진사의 욕정이 갑자기 활활



조금 걷다가 버스를 탔는데 좌석이 없어서 서서 왔는데 에어콘을 틀어주지 않아서 더웠다. 괜히 걸었네, 샹ㅋ

암튼 시사회를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위드블로그,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 인디 스페이스, 삶을 돌아보게 만들어 주고 많은 생각할 것들을 던져준 정대건 영화 감독님께 감사를 드린다. 생유베리캄사.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덧글

  • 귀차니 2012/09/12 01:00 # 삭제 답글

    시사회를 또 했었군요. 이건 몰랐네요.
    근데 예쁘신 분이 없었나 보죠 뒷풀이를 안 가시다니 ㅋㅋㅋㅋ
  • 슈3花 2012/09/12 04:59 #

    귀차니 // 예쁘신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혼자서 가기에는 좀 뻘줌할 것 같더라고요. 아흙 ㅠ
  • 2012/09/12 04: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12 05: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2/09/12 06: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12 10: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601n829 2012/09/12 07:38 # 답글

    yoyoyo HIPHOP!
  • 슈3花 2012/09/12 10:08 #

    601n829 // 아-요! 히퐙!
  • 아라 2012/09/12 14:01 # 답글

    혼자 영화를 보러가고 싶어지네요.
    한시간쯤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기도 하구요.
    가을입니다.^^*
  • 슈3花 2012/09/13 15:15 #

    아라 // 아, 정말.. 혼자서 좀 걸었던 건.. 가을이라서 그랬나보네요. 선선한 날씨라서 그랬던 것도 있습니다. 저는 혼자 영화보는 게 너무 익숙해졌네요ㅋ
  • 앙탈 2012/09/12 19:56 # 답글

    나도 저런거 보러다니고시픈데 군인이라 ㅠㅠ
  • 슈3花 2012/09/13 15:15 #

    앙탈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시네마달 2012/09/13 14:55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투 올드 힙합 키드> 배급사 시네마달입니다.
    좋은 리뷰를 보다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투 올드 힙합 키드>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hiphop_kid) 로 담아가도 괜찮을까요?
  • 슈3花 2012/09/13 15:16 #

    시네마달 // 그래 주신다면 전라남도 영광입니다.
  • 레드피쉬 2012/09/14 09:21 # 답글

    역시 리뷰는 최강자이십니다ㅎㅎㅎ

    혼자가시다니;;;저라도 데려가시지;;ㅎㅎㅎ

    전문 리뷰어!ㅎㅎㅎ

    슈스케도 리뷰해주세요 ㅎ
  • 슈3花 2012/09/17 02:03 #

    레드피쉬 // 믿기 어렵게도.. 이 포스팅이 위드블로그에 베스트리뷰로 선정이..

    저도 놀랐네요ㅋ

    레드피쉬님과 같이 갈 걸 그랬나요?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잇힝♥

    슈스케는 즐겨봅니다만.. 쇼미더머니도 벅찼다구욧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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