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가야 한다 잡담

난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다. 2년이 지났다.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올려주세요."
"얼마나..."
"*천만원이요."
"아....."

요즘 전세값이 미쳤다고는 하지만 막상 나에게 그 여파가 밀려오니 대략 정신이 멍해지더라.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많이 올려달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없이 사는 형편에 그 금액은 고민을 해볼만한 금액이었다.

'올려주고 전세로 있을까? 아니면 그냥 대출을 더 받아서 집을 그냥 사버려?'

일상에 치여 여기저기 정보를 구하고 집을 알아보기도 전에 얼른 답을 달라는 집주인. 어찌나 닦달을 하는지 질려버렸다. 그래, 질렸다. 그래서 그냥 질렀다.

"나갈게요."

나간다고 지르고 나니 싱숭생숭하다. 유목민의 매일이 이런 느낌일까?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민방위 훈련이 있어서 훈련을 마치고 부동산에 갔다.

"집 보러 왔습니다~"

내 차림새가 꼬꼬마 같았나? 아니면 돈이 없어 보였나? 집을 알아본다는 나의 말에 눈을 내리깔던 중개인들은 내가 예상하고 있는 금액을 이야기 하자 그제서야 눈빛을 반짝거리며 관심을 보인다. 돈이라는 게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런 식이다.

"아유~ 그정도 금액 생각하면 대출 조금 더 받지~ 그럼 매물 많은데~"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이미 충분히.. 영혼까지 끌어 모은 금액이다. 근데 나에게 뭘 더 바라는가? 하지만 이내 그들이 내 속사정까지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끓는 속에 찬물을 한 바가지 붓고 나서 다시 말을 이어 나간다.

"이 금액이 최대입니다. 이 금액에 맞춰서 보여주세요."
"음.. 더 안된다..? 알겠어요~ 따라와요."

중개인을 따라서 이집 저집을 들쑤시고 다닌다. 만나는 사람들은 세입자이기도 하고 집주인이기도 하다. 혹은 거주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세입자는 나를 경계하며 이 곳에 더 있길 바라는 눈빛이다. 어떤 집주인은 조금이라도 더 받길 바라는 눈빛이다. 모두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면 참 좋으련만.. 사람마다 저마다의 상황이 있다.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잘 조정을 해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일텐데 '헬조선'에서 누가 손해를 보고자 할까? 콩나물 한 봉지 사는 것부터 그런데 말이다. 그만큼 서민의 삶은 치열하다.

가격이 마음에 들면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간이 마음에 들면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니 비싸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그렇다. 집구조가 마음에 들면 집향이 마음에 들지 않고, 거실이 마음에 들면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베란다가 마음에 들면, 부엌이 마음에 들지 않고, 안방이 마음에 들면 작은 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다양한 공간들이 교차되며 불만을 만들어낸다. 100퍼센트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찝찝한 심경으로 몇몇 집들을 마음 속에 찜한다.

그런데 찜을 하고 나니, 정주공간으로써 괜찮은지 의심스럽다. 출퇴근이 용이한지, 대중교통 활용이 좋은지, 주변에 강력범죄가 일어나진 않는지, 초중고교 등은 위치해 있는지, 주변에 마트는 가까운지, 이웃의 성향은 어떠한지.. 부동산에서는 개발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집값 상승 요인을 끊임없이 나에게 주입하였지만 어차피 거주를 목적으로 매매를 하는 것이라서 주변의 개발기대 같은 건 내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제는 그만 좀 개발하길 바라는 입장이기도 하고.

집이 마음에 들면 주변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고, 주변환경이 마음에 들면 집이 비싸다. 주변환경과 집이 납득할 정도의 수준이라 결정을 하려고 하면 입주시점이 맞질 않는다.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나가기로 했으니까. 지금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과 금액 안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과 선택과 선택과 선택과 선택과 선택.

결정했다.

- 아파트 (15층에 8층)
- 공간 면적 : 만족 / 공간 상태 : 불만족
- 주변환경 : 대형마트 없음, 초중고 있음, 대중교통 이용가능, 강력범죄율 미확인, 이웃성향 모름
- 집값 오를 가능성 없음 (5년째 제자리)
- 입주시점 안맞음

그 밖에도 수많은 고민의 지점이 있었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차라리 계산기 두드리는 게 낫다. 호불호에 대한 입장에 대한 의사결정은 참으로 피곤한 것이다. '그냥 불편해도 살아가리라~'라는 생각으로 넘겨버린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미 결정해버린 것. 후회는 하지 않으련다. 주변에서 떠드는 오지랖도 무시해버리리라. 특히 이런 오지라퍼들의 발언은 무시하되, 잘 기억해두었다가 거리를 두겠다.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불만족스러운 공간상태를 깔끔하게 하기 위한 리모델링 혹은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 체결, 입주시점이 맞지 않을 경우 발생할 재원조달 방법 마련..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미션인 것 같다. 리모델링 업체와의 계약 체결의 관건은 눈탱이를 맞지 않는 것과 완공시점에 무사히 공사가 마무리되도록 진행하는 것일테고, 입주시점은.. 다른 세입자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구나.

나중에 웃을 수 있을까? 부디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블로그에 나의 지난한 과정들을 종종 기록해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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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마 2016/05/04 16:08 # 답글

    큰거 지르셨네요... 큰거 한방인 만큼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 슈3花 2016/05/04 16:33 #

    타마 //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어떻게 꾸미느냐가 남았네요 ㅠㅠ 엉엉 ㅠㅠ
  • 레이오트 2016/05/04 16:12 # 답글

    전세 살아보니 확실히 그런 문제가 크더군요. 전 살던 곳이 들어갈때보다 억단위로 올라서... (뭐 우리집이야 모든 면에서 불편하지만 살 주거 공간은 따로 가지고 있었기에 그냥 맘편히 전세 빼고 나갔지만요...)
  • 슈3花 2016/05/04 16:35 #

    레이오트 // 8천만원까지 올려달라고 하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저는 그정도는 아니었지만요.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진 않습니다만, 전세는 곧 없어질 것 같아요. 서민은 죽어납니다 ㅠㅠ
  • 크르 2016/05/04 17:00 # 답글

    전 아직 독립을 못 했는데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무섭기만 하군요ㅜㅜㅠ
  • 슈3花 2016/05/06 15:02 #

    크르 // 진정한 독립은 은행으로부터의 독립이겠지요 ㅠㅠ
  • 클릭 2016/05/04 19:34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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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3花 2016/05/06 1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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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04 21: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5/06 15: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사람해요 2016/05/11 16:53 # 답글

    헐 저도 이사 준비중인데! ㅠ
  • 슈3花 2016/05/11 16:54 #

    사람해요 // ㅠㅠ 부디 좋은 보금자리 마련하시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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