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슬랭 가이드와 함께하는 [시청역] 무교동 북어국집 - 북어해장국 잡담


서울시청 근처에는 음식점들이 참 많다. 그러나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기에 식당은 늘 손님들로 차고 넘친다. 아마도 임대료가 어마어마 할 것이다. 요즘 임대인-임차인 관계 때문에 참 말들이 많은데, 제발 상호간에 배려 좀 하자ㅠㅠ

암튼 이런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식당 중에서도 단연 인기를 얻고 있는 식당이 있으니 바로 1,2호선 시청역, 5호선 광화문역, 1호선 종각역, 2호선 을지로1가역의 중간에 위치한 '무교동 북어국집'이다. (표준어는 '북엇국'이라고 함)

이곳을 방문하게 된 건 함께 일하던 분이 내 귀에 캔디를 쳐박으며 달콤하게 추천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국물을 숟갈로 떠 마시면 속이 싸~악 풀리는 것이 해장에 아주 그만이라는 말씀에 애주가인 나는 방문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첫 번째 방문을 했을 때는 기다리고 있는 줄이 너무나 길었기에 다른 곳으로 향했다. 두 번재 방문했을 때도 기다리고 있는 줄이 너무나 길었기에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나와는 인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우연히 점심시간 보다 일찍 식사를 하게 되어서 이때다 싶어서 무교동 북어국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북엇국은 술 마신 다음날이라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텐데, 술을 마신 지 무려 이틀이나 되었다는 사실에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참고로 나는 알콜중독자는 아니다. 자주 술은 먹지만 알콜중독자는 아니다(영원히 고통받는 K군의 발언을 재구성).

낮 11시 40분경에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라. 아직 점심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꼭 먹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기다림의 행렬에 동참했다. 2~3분 지났을까? 시간이 흐르기가 무섭게 내 뒤로 꽤 많은 줄이 세워졌다. 5분이라도 늦었다면 난 그 긴 줄을 보며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식당 방문을 포기했을지 모르겠다.



나보다 형인 가게 간판




북엇국도 미래유산인데 과연 나는 미래에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ㅠㅠ


더운 날씨였지만 먹겠다는 일념 하에 주구장창 기다렸다. 밖에서 15분 정도 기다렸나? 가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광경이 놀랍다. 주방에서는 국을 정신없이 퍼담아서 홀에 내어 보낸다. 홀에서는 서빙아주머니께서 정신없이 북엇국에 후추를 몇번 털더니 손님이 있는 테이블로 나른다. 손님들은 차려진 북엇국과 공깃밥을 게 눈 감추듯 먹는다. 음식을 다 비운 손님은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 먹은 테이블은 약 3초안에 모두 치워진다. 그리고 다른 손님이 자리를 채우면 그 앞에 기본세팅이 탁탁탁 이루어진 후 금세 북엇국과 공깃밥이 차려진다. 이 체계가 너무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서 나도 이 흐름에 동참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메뉴는 오직 하나



테이블에 밑반찬이 준비되어 있다. 따라서 반찬통을 열어 먹을만큼 처음 세팅되는 접시에 각 반찬을 올려 담으면 된다. 하나의 접시에 모든 반찬을 담아야 해서 반찬끼리 섞일 수 있다. 이런 결혼식장 부페접시 시스템은 각 반찬 고유의 맛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주둥이에 이것저것 쳐넣고 우적우적 씹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는 그것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거슬리진 않았다.


오이지 무침 + 김치 + 부추 무침



그리고 물김치가 나왔는데 맛이 달큼한 것이 오묘한 맛이 났다.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입맛에는 맞지 않더라.



오묘한 물김치



기다리니 금방 북엇국과 공깃밥이 나왔다. 북엇국의 양이 생각보다 적어서 열받으려고 했으나, 리필이 된다는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금방 납득이 되었다.


후추가 둥둥



국물을 떠 먹으니 뜨끈하면서 개운한 것이 해장에 그만이다. 아마도 북어탓이리라. 사골국으로 끓여서 그런지 국물이 무심한 듯 무겁다. 새우젓도 세팅이 되어 있었으나 별다른 간이 필요 없었다. 국물을 두세 번 떠먹은 후 그냥 밥을 말아버렸다.

한 숟갈 담아 입에 퍼담으니 야들한 북엇살과 고소한 두부 그리고 뜨끈하고 고소한 국물이 아주 일품이다. 팬티가 바로 젖어든다.



부들부들한 두부와 야들야들한 북어가 들어 있는 북어해장국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강한 남성을 위한 필수 야채인 부추 무침도 함께 넣어 말아버렸다.



부추를 먹고 고추를 쓰겠...



맛있다. 간이 너무 세지도 않아서 먹고나서도 부담이 없더라. 속이 시원한 것이 해장할 것 없는 속이 해장되는 느낌이었다. 다만 처음 세팅되는 국물이 너무 적어서.. 더 먹고 싶었지만 나처럼 더 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소심남에게는 적합치 않았다.

참고로 부추 부침을 적당히 넣으시길. 돼지국밥 생각하고 부추를 왕창 넣었다가 부추 맛이 너무 강해져서 북어해장국 고유의 맛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미 부추를 담궈버린ㅠㅠ

이 곳은 술을 먹은 다음 날 해장하러 가기에 적합한 곳이기도 하지만 그냥 한 끼 식사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엄청나게 붐비기 때문에 마음 편히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다음에 점심시간을 피해서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 그때는 기필코 꼭 국물을 리필하리라!



찾아가는 법 : 어린이재단 근처에서 "유명한 북엇국집이 있다던데.. 어딘가요?"라고 물어보면 바로 알려줄듯




아,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이야기하려 한다.

버슬랭 가이드의 독특한 평가 기준을 수많은 블로거와 미디어가 벤치마킹하려 하고, 다양한 음식 프로그램과 유명 매거진에서 고유 브랜드를 구매하려고 속으로만 생각되어진.. 대한민국 맛객 들이 뽑은 우리나라 최고의 미래유산으로 손꼽히면 참 좋을 것 같은 버슬랭 가이드는 더 이상 별점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가! 또한 같은 이름의 음식이라도 각기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조리된다! 매일 먹는 밥도 원산지에 따라, 원산지의 지역에 따라, 그리고 곡물의 종류에 따라, 조리방법에 따라 그 결과물이 천차만별이거늘! 어찌 별점이라는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복잡다양한 현대사회 속에서 음식이 내 앞에 차려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고찰도 없이 평가자의 개인적 식습관과 주관적 선호 그리고 편협한 정보만을 가지고 별점이라는 결과만을 추구하는 이 결과중심의 세상에 반기를 들고자 별점 시스템을 폐지한다!!

는 훼이크고..

내 블로그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지극히 기분파이고 욕구 중심적이며 감정적인 내가.. 어지간해서는 음식 안가리고 다 쳐먹고 남들이 남긴 음식까지 탐하는 거지같은 내가.. 배고플 때 먹으면 졸라 맛있고, 배부를 때 먹으면 조또 맛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과 태도에 대해서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 내가.. 이런 나같은 새끼가 뭐라고 감히 별점 따위를 매긴단 말인가. 음식에 대해서 별점을 매긴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였음. 그냥 나의 개드립 자체가 가이드가 될 것이라능ㅠㅠ

안녕, 별점. 하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버슬랭 가이드는 계속 될 것임. 아마.



덧글

  • 2016/07/13 12: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7/13 13:4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7/13 14: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6/07/13 14:3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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