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슬랭 가이드와 함께하는 [전주] 맛집과 먹거리 -1편- 잡담

나에게 전주는 비빔밥의 도시였다. 전경시절 전주에서 살다 온 후임에게 한 첫 질문이 '전주에 유명한 비빔밥집이 어디냐'고 물어 봤을 정도이니까. 여담이지만 그 후임은 '막상 전주 사람들은 비빔밥 잘 안먹습니다'라고 해서 졸라게 갈굼을 당하긴 했다. 10여년 전인 그 당시에도 나에게 전주는 비빔밥을 포함하여 음식이 맛있는 도시라는 인식이 있었다. 전주를 방문한 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만 처리하고 복귀하는, 말그대로 전주 냄새만 맡고 온 경우였었다.

여튼 나에게 비빔밥의 도시로 남아있던 전주가 요즘은 한옥마을로 뜨고 있다. 대학생이라면 두 번은 안와도 한 번은 꼭 들린다는 도시, 전주. 난 비록 대학생은 아니지만 그 시절 낭만을 떠올리....기는 개뿔. 그냥 먹거리 여행을 떠났다.

전주를 방문하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많은 맛집과 먹거리 정보를 얻었다. 전주의 유명한 음식으로는 콩나물 국밥, 피순대, 길거리 음식, 비빔밥, 물갈비, 물짜장 등이 확인되었다. 검색된 모든 것을 다 먹어보려 하였으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내 창자도 한정되어 있기에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먹으려 했다.



[콩나물 국밥: 왱이집]

이른 아침 방문이었기에 콩나물 국밥이 제격이었다. 검색을 통하니 콩나물 국밥은 삼백집, 현대옥 등이 추천 되었었다. 하지만 삼백집과 현대옥은 서울에 이미 체인점이 개설되어 있기에 별로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맛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으나 서울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전주에서까지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방문하여 의견을 구하니 '왱이집'이라는 곳을 추천해주더라. 지역에서 자리잡고 오래 팔아온 집이라고. 그래, 왱이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왱이집 앞에 도착하니 뭔가 입구부터 세월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입구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홀 내부에 팔려 나갈 예정으로 보이는 모주가 테이블 위에 막 진열되어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라 매장 첫인상은 그닥 좋지 않았다. 종업원님에게 인사를 드리자 더 안쪽으로 자리를 안내해주셨고, 안내를 따라 홀을 지나자 다른 커다란 홀이 내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콩나물 국밥을 먹으러 왔으니 콩나물 국밥을 먹어야겠지. 콩나물 국밥을 시켰다. 그리고 모주도 시켰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밑반찬이 깔렸고, 이어서 모주도 나왔다.

밑반찬


모주


에탄올 1.5%


그렇다면

콸콸


모주는 진한 수정과 맛이 났는데, 수정과보다 향이 풍부하고 조금 더 탁한 느낌이었다 에탄올 1.5%로 기재되어 있는데 마시니 그냥 음료수처럼 느껴졌다. 입가심용으로 적합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내어준 그릇에 한 그릇 가득 담아 원샷했다. 맛 좋다.

주변을 살피니 콩나물 국밥 먹는 법에 대해서 안내를 해준다. 어찌 먹든 내 맘에 들게 먹는 것이 진리겠으나, 로마에 와서는 로마 법을 따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왱이집에 왔으니 왱이집의 방식을 따르기로 한다.

메뉴판 & 먹는 법


나 또한 수란은 뜨끈한 콩나물 국밥이 들어오기 전에 속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계란 위에 김을 풀어서 삭삭 비벼 먼저 먹었다. 담백했다.

상차림 끝


콩나물 국밥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말했다. 콩나물 국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미리 전날 술을 먹는다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난 전날 만취할 정도로 과음을 한 상태였기에 콩나물 국밥의 맛을 음미하기에 최적화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었다.

뜨끈해보이는 콩나물 국밥의 자태를 보라


어김없이 팬티가 젖어온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셔봤다. 감칠맛이 돌면서도 깔끔하다. 뜨끈하고 시원하다. '이새끼가 지금 무슨 소리하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먹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콩나물도 아삭아삭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호흡기 필요 없는 콩나물


밥을 말았다. 밥 상태도 국밥으로 먹기 딱 좋은 정도로 차졌다. 밥알마다 뜨끈한 국물이 베어들어 후루룩 삼키기도 좋고 우적우적 씹기도 좋다. 곁들여진 오징어도 씹는 재미가 있어서 더 좋았다. 전날 과음탓에 속이 골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흡입하기 시작했다.


국물과 밥알의 환상적인 조합



정신을 차려보니



[바게트 버거: 길거리야]

왱이집은 한옥마을과 가깝다. 주변을 어슬렁 거리면서 점심을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역시 결론은 비빔밥. 정작 전주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는다는 그 비빔밥. 그것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 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계속 발걸음을 옮기며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옥마을에도 잡다한 먹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여유가 되면 그 중 일부를 맛보기로 했다. 마을을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길거리야' 매장. 그렇다. 이곳은 바게트 버거를 파는 곳이다. 한옥마을 먹거리 중에 단연 최고로 추천받았던 바게트 버거.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간식을 먹는다는 생각으로 매장에 들어가 버거를 주문했다.

비주얼 ㅎㄷㄷ 


음식을 받아들었는데 따끈 따끈하다.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대니 진한 소스향이 훅 올라왔다.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바삭한 바게트 빵과 새콤달콤한 소스와 양배추가 환상적인 조합으로 주둥이를 자극한다. 맛있고 자극적이다. 이건 반칙 아닌가! 불과 10여분 전에 콩나물 국밥을 먹었지만 배부름과 상관없이 모두 흡입했다. 그정도로 맛있었다. 전주에 가면 꼭 먹어보길 바란다. 재료 고유의 맛이고 뭐고.. 재료와 소스의 환상적인 조합으로 졸라게 맛있고 자극적이었다. 가격은 4,000원.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전자.

그렇게 길거리야의 바게트 버거에 감탄하면서 다소 한산한 거리를 살펴보고 있는데,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한복 콘셉트는 맞췄지만 색깔을 달리한 무리도 있었고, 똑같이 맞춰 입은 무리들도 있었다. 그 무리는 여중, 여고, 여대생 그룹이 특히 많았는데, 그 싱그러움과 풋풋함 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중간중간 어우동 복장을 한 남자놈들도 보였는데 그런 객기가 부러웠다.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한 구석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떼우다 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이 다가왔다.



[비빔밥: 한국집]

나의 라이벌인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가 되었다는 음식점 '한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색을 통해 유명한 비빔밥 음식점이 다수 순위에 올랐으나 동네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던 곳과 음식점이 위치한 장소가 가까웠기에 '한국집'을 최종 목적지로 정한 것이다. 사실 미슐랭이고 뭐고 내 입맛에 맞아야 장땡이다. 그래서 난 버슬랭 가이드를 만든 것이지. 후후.

입구


통상적인 점심시간 보다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대기없이 바로 착석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 자리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나와 함께 간 일행은 통상적인 비빔밥인 전주비빔밥을 나는 육회가 들어간 육회비빔밥을 시켰다.

밑반찬이 깔리고


밑반찬은 그냥 저냥. 모주를 한 잔씩 팔길래 모주도 한 잔 시켰다. 왱이집에서 먹은 것보다 확실히 알콜도수가 더 센 것처럼 느껴졌다. 잔술이었기에 도수 확인은 하지 못했다.

촛점 잃은 모주 한잔(2,000원)


비빔밥이 나오기 전 화장실에 잠깐 들렀는데 초딩들이 놀러왔는지 볼일을 보는 화장실 앞에서 어찌나 들락날락 거리면서 떠들던지 폭포수처럼 갈기던 오줌을 끊고 달려나가 혼내주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금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 무한 존경의 마음이 생겨부렀다.

드디어 비빔밥이 등장. 놋그릇에 정갈하게 나오니 모양이 참 예뻤다. 음식을 놓으면서 놋그릇이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으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뜨끈뜨끈하게 온도를 유지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것이지. 밥은 따뜻해도 재료는 차가우니 좋은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비빔밥


육회비빔밥


비빔밥이 나왔으니 비벼야지.

비빔된 육회밥


맛있었다. 전주비빔밥은 11,000원, 육회비빔밥은 2,000원 더 비싼 13,000원이었는데 전주비빔밥이 더 맛있었다. 육회비빔밥이 조금 묵직하고 단조로운 느낌이었다면 전주비빔밥은 더 산뜻하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전주비빔밥을 추천한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한다. 비싼 비빔밥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렇게 어영부영 점심식사를 하고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하루종일 돌아댕기기 힘들다. 휴식과 충전이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순대국밥 & 피순대: 남문피순대]

전주하면 유명한 음식이 또 하나 있는데, 혹시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뭐라고? 피! 뭐라고? 순! 뭐라고? 대! 그렇다. 당신이 말한 바로 그것. 피순대다. 남부시장 안에 위치한 '조점례 남문 피순대'.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 곳. 그곳을 방문키로 하였다.

남부시장 안으로 들어가 남문 피순대에 도착했다.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주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주문을 받으셨는데,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메뉴판을 좀 보면서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차근차근 고르고 싶었는데 가격도 모르는 상태로 주문을 받다니 약간 불쾌했다. 당황한 상태로 순대국밥 한 그릇과 피순대 한 접시를 시켰다. 미리 메뉴를 정해놓았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더 불쾌했을 것이다.

역시나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감행한지라 기다림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테이블 앞뒤 간격이 너무 좁아서 음식을 먹기에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음식은 바로 바로 나왔다. 나온 음식을 보니 소주를 부르는 비주얼. 소주를 한 병 시켰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한국말이 서툴에서 의사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다른 종업원분께서 오셔서 응대를 해주셨고 그 분이 굉장히 친절하게 대응해주셨기에 불쾌한 기분은 많이 누그러들었다.


빠른 주문만큼 빨리 나온 피순대


훌륭한 비주얼


피순대와 아이들


피순대 비주얼을 보니 불쾌한 기분이 사그러든다. 게다가 구성물이 알차고 담백해서 먹고 나면 속이 든든했다. 식으면서 그 특유의 향이 조금씩 올라오긴 했으나, 오히려 그런 순대맛을 즐기는 나에게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이윽고 순대국밥이 등장.

부글부글


순대국밥은 돼지 내장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깊은 맛이 났고 씹는 맛도 일품이라 소주를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게다가 가격도 6,000원. 거저다 거저. 소주도 아직은 3,000원. 순대국밥에 소주 한 병을 먹으면 1,000원이 남는다는 놀라운 사실!

함께 나온 부추를 말아서 한 숟가락 뜨니 그 맛이 일품이다. 낮에 말라버린 팬티가 다시 젖어온다. 

실하다 실해


정신을 차려보니



[남부야시장]

남문피순대가 위치한 남부시장은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이면 야시장이 운영되기도 하는데 마침 야시장이 운영 중이라 기분 좋게 둘러볼 수 있었다. 푸드트럭 같은 먹거리가 단연 인기가 높았고, 플리마켓 같은 형태의 간이 매대도 함께 운영되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 야시장 매력에 푹 빠져버린 채 몇 가지 음식을 맛보았다.


청춘스테이크_등심스테이크를 시켰다. 양념이 좀 세긴 하지만 썰린 고기를 씹는 맛이 너무 좋다. 줄이 길어서 조금 기다려서 대기한 후 먹어야 했다. 배부른 상태에서 먹었는데도 맛이 좋았다.



아이술크림_철판 수제 아이스크림. 딸기맛을 시켰다. 보는 앞에서 딸기를 부셔서 우유와 함께 만들어준다. 직접 만들어줘서 보는 재미가 있고 믿을 수 있다. 조금 기다려서 먹어야 했다. 맛있다.



파절이삼겹살김밥_삼겹살 그리고 삼겹살과 세번째 정도로 친한 친구인 파절이를 모두 넣어 김밥으로 만들어준다. 재료 조합으로 봤을 때 최고의 조합이라고 생각했으나 김이 좀 질기고 밥이 적어서 그런지 간이 너무 세서 내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다. 기대가 커서 그랬나, 배가 불러서 그랬나?



치즈구이_치즈를 구워서 꿀을 바르고 파슬리(?)를 뿌려준다. 피자 먹을 때 치즈 왕창 먹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치즈 향이 진하고 씹는 쫄깃한 식감도 너무 좋았다.



그밖에 몇가지 음식을 더 먹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했다. 불금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인파에 밀려 먹고 싶은 것도 그냥 넘겨버렸다. 줄이 꽤 긴 것도 많았기에.... 야시장, 재밌다. 전주 간다면 꼭 들리길 바란다, 빈속에.

그렇게 부른 배를 부여잡고 전주의 하룻 밤을 마무리 했다.

(분위기 봐서 2편에 계속)



덧글

  • 에라이 2017/03/01 20:44 # 답글

    어마어마하군요...이런 게 바로 그림의 떡인가요

    일본 살다보니까 국밥 같은 게 너무 그립습니다

    마침 비도 오는데 콩나물국밥 한그릇 말고 싶네요...
  • 슈3花 2017/03/20 19:35 #

    에라이 // 저는 일본 꼭 가볼거예요. 가서 초밥도 먹고 우동도 먹어볼 거예요. (다짐!!)
  • acrobat 2017/03/15 21:21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슈사마님 ?
    기억하실라나 모르겠는대 이글루스 접은지 오래된 acrobat입니다.

    뭔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홍수빈으로 검색해서 들어와보니 슈사마님 블로긐ㅋ
    반가운 마음에 댓글하나 남기고 갑니다 ^^
  • 슈3花 2017/03/20 19:36 #

    acrobat // 앗 ㅋㅋㅋㅋ 닉네임을 입력하다보니 손가락에 착착 붙네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 블로그 검색순위 1위가.. 홍수빈. 무슨 이유로 방문하시게 된지는 말씀 안하셔도 다 알 것 같은데요? ㅎㅎ 잘 지내셨겠지만, 앞으로도 잘 지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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